
`파파고`는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이다. 옛날에는 앵무새를 `녹의사자(綠衣使者)`라고도 불렀다. 초록 옷을 입은 사자(전령)라는 뜻이다. 부인과 불륜남이 주인을 죽이는 현장을 목격하고 관리에게 고했다는 고사에서 나왔다. 네이버 자동 통역 앱 `파파고`는 푸른 앵무새 모양의 아이콘, 초록과 파랑이 섞인 인터페이스를 지녀 녹의사자를 연상케 한다.
고사에서처럼 답답함을 해소해줄 수 있을까. 파파고는 네이버랩스가 축적한 기술력이 활용됐다. 음성인식과 합성, 기계번역, 문자인식 등 연구 노하우와 인공지능 기술력이 접목됐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다른 언어로 실시간 번역한다. 버튼을 눌러 남자·여자 음성으로 말하게 할 수도 있다. 텍스트 대신 직접 음성으로 입력하고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간판 등을 사진으로 찍어 특정 부위를 문지르면 그 부분에 해당하는 문자를 인식해 번역한다.

실용적인 기능 구현에 힘쓴 점이 돋보인다. 단순 번역기나 서점에 널린 해외 여행용 현지 필수회화 책과 비교해 친절한 기능을 제공한다. 동음이의어가 나오면 여러 뜻을 이미지로 함께 표현해 오차를 줄이도록 했다. 직관적 인터페이스로 언어와 상관없이 고르도록 구현했다. 금액과 관련된 내용은 실시간 환율을 적용해 번역한다.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를 대비해 생활회화 콘텐츠를 내장했다. 단순 쇼핑 관광 정도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텍스트를 입력해 번역하는 것에 비해 음성 인식은 정교함이 떨어졌다. 짧은 문장은 인식률이 높지만 문장이 길어질수록 오차가 커졌다. 향후 고도화에 집중해야 할 부분이다. 파파고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모든 음성인식 시스템이 가진 문제다. 다양한 발음에 따른 인식 정확도 개선, 사투리 등을 구분하는 고차원 기능은 음성인식 연구자에게 풀어야할 숙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국내 관광을 위한 통역 필수 앱으로 활용되도록 한다는 게 목표다. 외국인의 시선이 궁금해 실제 호주 출신 원어민 영어강사에게 이용하게 해봤다. 캐나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영국인 학교를 다녀 미국, 영국, 호주식 억양에 모두 능통한 사람이다. 그는 “억양이 약할 때는 큰 차이를 못 느꼈지만 강한 호주 억양은 잘 인식하지 못했다”며 “짧은 문장은 구글 번역과 비교해 수준이 떨어지지 않지만 복문으로 갈수록 인식률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뇌 신경 같은 매우 전문적인 용어가 번역되는 것은 의외”라고 덧붙였다.
![[이주의 해시태그-#파파고]손 안에 들어온 실용적 동시통역기](https://img.etnews.com/photonews/1608/837941_20160818102852_847_0001.jpg)
![[이주의 해시태그-#파파고]손 안에 들어온 실용적 동시통역기](https://img.etnews.com/photonews/1608/837941_20160818102852_847_0002.jpg)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언어를 통·번역해준다. 이 중에서 일본어 번역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기자의 서투른 일본어 실력에도 상당한 정확도를 보여줬다. `잘 지내나요(お元氣ですか)` 같은 기본 회화뿐 아니라 만화 `북두의 권`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 `넌 이미 죽어 있다(お前はもう死んでいる)` 같은 난이도가 있는 표현도 무리 없이 번역했다. 네이버는 이전부터 번역 기능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일본어 번역은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9월 `2015 아시아 번역 품질 평가 대회`에서 한일 번역기 분야 1위, 영일 번역기 분야 3위를 기록했다. 이 앱과 관련해 미국, 일본에 특허도 출원했다.
파파고는 앵무새 이상의 친절함을 보여준다. 한계도 있지만 여행 전에 내려받으면 요긴하게 사용할 것 같다. 네이버 기술력을 체감케 하는 기대 이상 기능도 있다. 베타 버전인 만큼 정식 버전이 기대된다.
한줄평: 넌 이미 쓰고 있다. 하지만 영어 교과서를 놓기는 시기상조.
![[이주의 해시태그-#파파고]손 안에 들어온 실용적 동시통역기](https://img.etnews.com/photonews/1608/837941_20160818102852_847_0003.jpg)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