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자재업계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중소기업 주력 업종이어서 대기업 구조조정만큼 관심은 못 받지만 이들의 위기의식은 조선, 철강 업종 못지않다.
몇 년째 고전하면서 사업 존폐를 걱정되는 기업이 한 둘이 아니다. 원인은 명확하다. 안으로는 한국전력공사 주도의 발주 규모가 줄었다. 대형 발전소, 송전탑 건설로 대변되는 전력 공급 위주의 시장 거품이 꺼졌다. 밖으로는 주력 시장인 중국의 수출길이 좁아졌다. 여전히 최대 수출 시장이지만 시장 규모는 매년 30%가량 줄고 있다. 제2 텃밭으로 기대되던 중동 시장도 저유가 여파로 수요가 줄었다. 미국, 인도 등 시장에서 부진을 만회했지만 수출액 하락폭이 워낙 크다 보니 전력산업 수출액은 11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업계 실적도 바닥이다. 시장의 주도권을 쥔 기업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위기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된다. 상당수 기업이 영업 손실을 면치 못했다. 적자가 만성화된 기업도 보인다. 전력 기재자 시장은 기로에 섰다. 더욱 가혹한 생존 경쟁만 남았다. 무기는 바로 변화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매년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하고 해외 수주를 이어 가는 전력기자재 기업에 대한 기사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면 불황을 모르고 전진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는다. 대답은 한결같다. `호황이 끝나면 어떻게 살아야 될까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된다. 식상한 답변 같지만 해답을 찾기까지 엄청난 산고가 따른다. 새로운 분야에서 승부수를 띄웠고, 안착시켜서 기존의 사업이 맞은 위기를 최소화했다.
시장은 이미 바뀌었다. 한전은 에너지 신사업에 자금을 집중한다. 중소기업의 참여 길도 열어 뒀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는 전력변환장치(PCS) 제조사 등 우리 기업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플라즈마, 우주항공 등 분야에서도 중소 전력기자재 기업의 활약이 돋보인다.
여전히 과거 사업에 매달리는 보수 경영으로 일관하는 기업은 날이 갈수록 좁아지는 문틈에서 고통 받는다. 지금 전력 기자재 시장을 보면 살기 위해선 필수 요건이 변화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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