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ETI의 전극소재 기술개발이 반가운 이유

저가의 고전도 전극 잉크소재를 전자부품연구원(KETI)이 개발했다. 이 전극소재는 내부가 구리, 표면이 은으로 구성(코어-셀 구조)된 하이브리드 형태다.

은(Ag)은 전도율이 높아 여러 전자제품 전극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구리는 전기저항 측면에서 은과 큰 차이가 없고 가격이 10% 수준이지만 공기와 만나면 산화가 잘 일어나 문제다. 산화가 진행되면 저항이 커져 전극소재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 전극소재는 은과 구리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고스란히 살려 주목을 받는다. 구리 사용이 많다보니 생산비용을 크게 낮추고 코어-셸 구조에서도 낮은 저항을 구현하게 됐다.

KETI는 소재 개발뿐만 아니라 상용기술의 신뢰성도 확보했다. 그 덕분에 디지타이저·터치센서 등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RFID 태그용 안테나, 태양전지 분야에도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좋은 기술은 산업 현장에 적용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기술개발이 꽃을 피우려면 상용·응용 기술개발이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기술개발은 연구실 안에서만 해결되지 않는다. 산업 현장의 노력과 열정이 합쳐질 때 원하는 결과를 얻게 마련이다.

부품·소재 분야는 우리나라 전자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다.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한 만큼 원천·응용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 글로벌 제조 시장은 극한 경쟁에 내몰려 있다. 극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월등한 기술과 품질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엇비슷한 기술로는 시장에서 도태되길 기다리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가 불황에서 탈출하려면 선도적 기술이 절실하다. 제조비용을 낮춰 원가를 절감하고 응용 분야를 넓히는 것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KETI의 고전도 전극소재 기술은 지난 5월 발표한 산화그래핀 제조시간 단축 기술과 함께 다른 나라에서도 부러워할 만한 소재기술이다. 일본, 중국, 대만 등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도적 기술개발의 좋은 사례다. 이번 고전도 전극소재 기술개발이 반가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