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송주희①] 앨리스가 산드라로… ‘올슉업’이 바꾼 것

사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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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걸그룹 헬로비너스 멤버 앨리스는 지난 6월부터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물론 잠시동안만이다. 그는 앨리스라는 예명 대신 본명 송주희로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진짜 본인의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송주희가 출연하고 있는 뮤지컬 ‘올슉업(All Shook Up)’은 미국 로큰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들로 이뤄진 주크박스 형식의 쇼뮤지컬로, 지난 6월 국내에서 공연을 시작한 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오는 28일이면 송주희의 첫 뮤지컬 도전기도 막을 내리게 된다. 연습 기간까지 합쳐 약 4개월의 시간을 ‘올슉업’에 쏟아 부은 그의 감회도 남달랐다.

“뮤지컬은 정말 해보고 싶었던 분야였는데 이렇게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었어요. 많은 걸 배웠고, 저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고, 작품 자체가 즐거웠어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올슉업’에서 송주희가 맡은 역할 산드라는 지적인 매력이 넘치는 박물관 큐레이터로, 남자 주인공 엘비스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으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인물이다. 기존 배우들이 연기했던 산드라는 원숙하고 농염한 매력이 돋보였지만 송주희는 산드라를 자신에게 더욱 어울리는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접근을 시도했다.

“제가 지금까지 산드라 역을 맡았던 배우들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리더라고요. 제가 아무리 원숙한 연기를 하려고 해도 어린 느낌이 많이 날 것 같아 고민을 하다가 박물관 큐레이터 역할은 그대로 두고, 사회 초년생 느낌으로 연습했어요. 관객들이 나름 괜찮게 봐주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사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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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참여한 공연 횟수가 많아질수록 송주희는 뮤지컬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무대 위에서는 긴장이 되고, 공연이 끝난 후 더 잘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은 항상 진하게 남는다.

“어느 날은 노래가 아쉽고, 또 어떤 날은 다른 게 아쉬워요. 그때그때마다 아쉬운 점은 매번 다른 것 같아요. 뮤지컬이 재밌는 작품이라 지루해지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는데 대사를 할 때 집중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분위기가 늘어질 때가 가끔 있어요. 그런 부분은 늘 아쉽고, 관객들이 이 부분에서 웃어주셨으면 좋겠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안 웃어주시면 계속 그게 머릿속에 남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얼른 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올슉업’의 남자주인공 엘비스 역에는 그룹 인피니트 멤버 성규, 가수 휘성, 배우 최우혁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세 명의 엘비스와 모두 호흡을 맞춰본 송주희는 이들의 스타일이 각각 어떻게 다른지 설명했다.

“모두 호흡이 잘 맞지만 유독 휘성 오빠와 연기할 때 더 편하고 긴장을 덜 하는 것 같아요. (휘성) 오빠가 연기를 너무 잘 받아주시고, 엘비스가 나를 정말 좋아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셨어요. (최)우혁이는 전문적인 뮤지컬 배우라서 그런지 아는 것도 많고, 동생인데도 의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성규오빠는 엘비스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성규) 오빠 공연 때는 팬들도 많이 와서 반응을 잘해주시니까 진짜 엘비스가 온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재밌어요.”

사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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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슉업’에는 산드라뿐만 아니라 실비아, 로레인, 마틸다 등 다양한 개성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메인 여주인공 나탈리 역은 많은 여배우들이 한 번쯤 맡고 싶어할만한 매력적인 역할이다. 송주희 또한 나탈리 역에 욕심을 가지고 있을 줄 알았지만 정작 그가 탐을 내는 캐릭터는 남자인 데니스였다.

“극 중 산드라는 기능적인 역할을 주로 하기 때문에 왜 다른 캐릭터에 반하고 뜬금없이 감정 표현을 하는지 설명이 나오지 않아요. 반면 데니스나 실비아는 자신들의 감정선을 보여주는 넘버들이 있어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도 쉽죠. 산드라는 배우가 캐릭터에 의미부여를 하는 게 중요한데 제가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서 관객들에게 이런 부분을 전달시켜드리는 게 부족한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다음 뮤지컬에서는 감정선이 뚜렷하게 있는 역할을 맡으면 좋겠어요.”
처음 도전하는 뮤지컬이다 보니 송주희에게는 모든 게 어려웠다. 뮤지컬에서 보여줘야 하는 창법은 가요를 부를 때의 창법과 완전히 달랐다. 제 아무리 헬로비너스의 메인보컬이라지만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제가 산드라가 돼서 노래를 해야 하는데 노래 부를 때마다 앨리스가 나오더라고요. 본래 가창 습관을 바꿔야 하는 부분이 어려웠어요. 연기는 연습한대로 잘 되다가도 노래로 넘어가면 산드라의 노래가 돼야 하는데 산드라의 느낌이 없어져서 고민이었어요. 그런 부분을 고치려고 중점적으로 연습했죠.”

사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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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볼 수 있는 ‘올슉업’ 공연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송주희는 아직 ‘올슉업’을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직접 이 작품을 소개했다.

“남녀노소가 봐도 좋은 작품이에요. 얼마 전 노부부가 함께 관람하는 걸 봤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더라고요. 극 중 가족 같은 사랑도 있고, 요즘 같은 시대에 보기 힘든 순수한 사랑을 다룬 공연이에요. 한여름 더위를 이기는데 좋은 작품이니까 많이 보러와 주세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