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일정량 이상 전기를 사용하면 요금폭탄을 맞도록 설계된 누진제도가 특히 도마에 올랐다. 이상 고온이 이어지는 장기간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요금 부담이 급증했다. 누진제가 운영된 지 벌써 수십 년이 지났지만 올해 국민 불만이 폭발한 근본 원인은 현재 전기요금제도가 기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째 여름은 더 더워지고 있다. 에어컨을 보유하고도 틀지 않고 여름을 나는 가구가 더러 있었지만 이제는 쉽지 않다. 매일 섭씨 35도를 웃도는 기온이 건강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다. 열대야는 끝나지 않는다. 올 여름 서울에선 지금까지 열대야가 29일이나 발생했다. 이는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1994년 이래 2위 기록이다. 지난달 22일 이후 열대야가 발생하지 않은 날은 7월 29일, 8월 3일 이틀뿐이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4일 이래 18일째 이어지고 있다.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이며 여름철 더위는 더욱 맹위를 떨치는데 전력소비를 억제하도록 설계한 누진제는 에어컨 리모컨 버튼을 누르는 데 주저하게 만든다. 가뜩이나 더위에 스트레스를 받는 국민 눈초리가 누진제로 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정부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여름과 겨울, 1년에 네다섯 달 정도를 제외하면 가정·상업용 전력 수요는 뚝 떨어진다. 누진제 부담을 덜 받는 다수 가구는 이때 전력거래가격(SMP)보다도 싼 가격에 전기를 쓰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참에 누진제도 개편과 더불어 좀 더 현실에 맞는 요금 합리 체계를 도입, 모순된 가격 체계를 바로잡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소비자도 변화가 필요하다. 전력 수요가 많은 가정은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등 부담을 낮추려는 노력을 해볼 만하다. 여러 차례 강조해 왔지만 태양광은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 태양광 설비 가격은 초기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몇 해 전만 해도 단독주택 옥상에나 설치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할 수 있는 미니 태양광 제품도 나왔다. 서울시 등 전국 20여개 지방자치단체는 보조금으로 설치비 부담도 덜어 준다. 전력 소비량에 따라 다르지만 350㎾ 이상 전력을 사용하는 가정은 설치비용을 6년 정도면 회수할 수 있다. 태양광모듈 보증 기간이 25년 정도 되는 것을 감안하면 남는 장사다. 겨울에는 전기 난방설비를 가동해도 부담이 없다.
태양광 설비가 널리 보급되면 일반가정은 겨울·여름철 누진제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국가 차원으로는 전력 피크를 낮출 수 있다. 앞으로 폭염과 한파가 더욱 기승을 부려 특정 시기에만 전력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두 달을 위해 대형 발전소를 지을 순 없는 일이다. 태양광발전은 이런 계절성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여전히 태양광 발전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장점을 알리고 소비를 권장하는 홍보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 숙제도 있다. 과거 농촌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했다가 하루아침에 쇠락의 길을 걸은 태양열 난방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질 낮은 저가 수입 제품이 범람했고, 부실한 사후관리(AS)로 소비자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태양광도 일부 업체가 질 낮은 모듈·인버터를 사용하는 사례가 여전히 있다. 업체가 보장한 효율이 유지되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부정 여론이 형성되면 판로가 막힌다.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면서 제품, AS 품질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저가 제품이 전체 물을 흐릴 수도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전기 사용 가구가 믿을 만한 제품만 사용한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태양광 수요는 눈에 띄게 늘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 전력 시장은 한층 더 건강하고 스마트해질 수 있다.
안형근 건국대 교수 hkahn@konkuk.ac.kr
-
최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