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의료기기업체 Y사 박 사장은 지난달 새롭게 개발한 혈당측정기 안전성 테스트를 마쳤다. 이 신제품에 자신감이 대단하던 박 사장. 막상 제품 출시일이 다가오자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전체 시장 매출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경쟁업체 P사가 Y사의 신제품이 나온다는 소식에 그동안 판매하고 있던 혈당측정기의 가격을 파격으로 내린 것이다. 박 사장 역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Y사 제품 가격에 맞추더라도 소비자들은 친숙한 P사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짙다. 이대로 제품을 출시했다간 고객 반응을 확인하기도 전에 제품은 사장될 수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이 난국을 돌파해야 할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경쟁사에서 값을 후려치면 기업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똑같이 따라서 값을 내릴 것인가` `꿋꿋이 제값을 고수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섣불리 값을 내렸다간 마진(이윤)도 못 남기고 손해만 볼까 걱정되고, 그렇다고 제값을 고수했다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고객을 놓치게 될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공짜 경제학`이란 개념을 처음 세상에 알린 크리스 앤더슨은 `프리(Free)`라는 책에서 `스마트한 공짜전략`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어떤 전략인지 살펴보자.
첫째 우리 상품을 공짜로 나눠 주고 보완재를 팔아라. 수많은 커피 브랜드를 한국에 론칭한 한국네슬레는 2007년 말부터 캡슐커피 머신을 판매했다. 이 기기에 캡슐 커피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고급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다. 그런데 2013년 말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미니미`라는 저가형 캡슐커피 머신을 소비자에게 공짜로 나눠 주기 시작했다. 왜 이런 파격을 선택한 것일까.
사실 이 기기는 캡슐커피라는 보완재가 없으면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더욱이 이 기기엔 한국네슬레가 들여온 개당 500~600원짜리 전용 캡슐커피만 들어간다. 한마디로 이 제품을 미끼로 자사에서 출시한 캡슐커피를 계속 사 먹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 전략이 성공하자 이탈리아 커피브랜드 `라바차` 등 국내외 캡슐커피 업체들이 기기를 무료 대여 또는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잇따라 진행했다.
앞의 시나리오에서도 박 사장은 혈당측정기를 공짜로 내놓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비자에게 혈당측정기를 공짜로 주는 대신 혈당 측정에 필요한 시험지를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시중에 팔리고 있는 혈당측정기 제조사 상당수는 이런 방식을 통해 혈당측정기 공짜 제공 경쟁을 하고 있다.
둘째 공짜 서비스로 유인한 뒤 프리미엄 버전을 팔아라. 일명 `프리미엄(free+premium)` 전략이라고도 한다. 주로 인터넷 게임업체가 자주 활용한다. 앤더슨은 이 전략을 가장 스마트하게 구사한 기업으로 국내 게임업체 `넥슨`을 꼽았다. 세계 110여개국에 제공하고 있는 넥슨의 대표 게임은 `메이플스토리`다.
이 게임은 가상공간 속에서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를 훈련시키고, 몬스터를 사냥해서 경험치를 쌓아 나갈수록 점점 레벨이 올라간다.
누구나 공짜로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자신의 캐릭터에게 무기를 사 준다거나 예쁜 옷을 사 입히는 등 좀 더 고급 기능을 이용하려면 아이템을 구입해야 한다. 공짜여서 부담 없이 이 게임을 시작한 사람들이 점점 여기에 몰입하고, 자기 캐릭터에 애착을 느낄수록 돈을 주고서라도 프리미엄 기능을 이용하고픈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명절 연휴 등 오랜 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즌에는 아이템 판매로 50% 이상 매출이 오른다고 한다. 실제로 스웨덴에 있는 컴퓨터 게임 업체 `모장`은 이 같은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 순이익이 2배 이상 올랐다.
미국에서 인터넷 라디오를 제공하는 `판도라`도 같은 전략으로 성공한 대표 사례다. 공짜 음원을 제공하는 덕분에 매달 1000만명의 사용자가 몰려드는 음악 사이트가 될 수 있었다. 다만 고음질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고급 서비스는 유료로 제공한다. 공짜여서 부담 없이 이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유독 자기 마음에 드는 음악만큼은 돈을 주고서라도 고음질로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읽어 낸 것이다.
셋째 고객 대신 돈을 내줄 제3자를 끌어들여라.
2006년 일본 게이오대 학생들이 교내에 세운 `다다카피(Tadacopy)`에선 누구나 공짜로 복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업체의 수익률은 갈수록 높아져서 설립 2년 만에 일본 내 44개 대학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다다카피는 학생들에게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그 돈을 대신 내줄 사람들을 찾았다. 바로 젊은 인재에게 자기 회사를 잘 홍보하고 싶은 기업이나 학교 근처에서 장사하는 다양한 업체로부터 복사지 뒷면에 광고를 실어 주는 대신 그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다.
▲오늘의 아이디어
여러분도 경쟁자와의 출혈경쟁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게임의 룰을 바꾸는 공짜 전략을 사용하는 건 어떨까. 경쟁자는 따돌리고 고객에겐 공짜 서비스로 생색내고 이익은 이익대로 챙기는 기막힌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윤희정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제작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