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PC 시대는 갔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실제 시장조사 기관 집계에 따르면 PC 시장은 위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6240만대로 7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 역시 4.5% 감소했다.
에이수스 역시 아시아·태평양 지역 컨슈머 노트북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매출 증대 지속을 위해서는 환경 상 많은 해결 과제가 있음을 체감한다. 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건 PC 부문 실적이 저조한 시장은 대부분 스마트폰 보급이 한창인 개발도상국이라는 사실이다. 반면에 한국을 포함해 스마트폰 보급이 이미 충분히 이뤄진 국가에서는 PC 사업이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한국은 올 한 해 괄목 성장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된다.
전 세계에 걸쳐 얇고 가벼운 울트라신 노트북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환경 지수가 다소 높은 한국 시장에서 이러한 동향은 더욱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의 양호한 실적은 소비자 특성에서 기인한다. 한국에서는 모니터와 본체가 분리되는 노트북, 디스플레이 화면이 360도 돌아가는 컨버터블 노트북 등 태블릿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 노트북 역시 비즈니스 사용자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데스크톱 PC로 게임을 즐기던 사용자들이 고사양의 게이밍 노트북을 선택하면서 게이밍 노트북 시장이 폭풍 성장하고 있기도 하다. e스포츠 강국인 한국에서의 게이밍 노트북 시장 성장에는 고사양의 PC가 요구되는 오버워치 등 온라인 게임의 진화와 인기도 한몫한다.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 수준에 맞춘 프리미엄 전략도 주효했다. 무게를 1㎏ 이하로 줄인 최고 성능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하면서도 배터리 사용 시간은 9시간 이상 쓸 수 있는 초경량 초박형 노트북을 선보이는 한편 필요에 따라 태블릿, 노트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투인원(2-in-1) 방식 노트북, 기존 노트북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강력한 성능으로 무장한 게이밍 노트북 전용 브랜드 출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에이수스 사례에서 볼 수 있듯 `PC 시장의 위축`이라고 말하긴 아직 이르다. 스마트폰 및 태블릿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자 프리미엄 노트북 및 게이밍 노트북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PC 전성기는 계속된다`고 주장하고 싶다. 시장조사 기관의 전통 분류 방식에 따르면 PC 시장은 쇠퇴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컴퓨팅 시장에서 전통 PC 정의가 여전히 유효한지 따져봐야 할 시점에 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과거 PC를 넘어서는 프로세싱 파워 수준임을 감안할 때 스마트폰 및 태블릿 역시 PC로 간주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에이수스 역시 전통의 데스크톱 PC에서부터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애플,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이뿐만이 아니다. 변화하는 기술 플랫폼 환경 속에서 사물인터넷(IoT) 시대 도래도 멀지 않았다. 프로세서를 장착한 기기는 비약 증가할 것이다. 컴퓨팅 관점에서 본다면 모든 기기가 프로세싱 파워와 네트워킹 기능을 갖춘다는 의미다. 즉 확장된 의미의 PC 산업이 폭풍 성장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사양 기업은 있어도 사양 산업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PC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쇠락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형성할 것이다. 미래의 데스크톱 PC는 과거 슈퍼컴퓨터급 성능을 원하는 사용자들을 위한 제품으로 새롭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노트북은 더욱 강력해진 컴퓨팅 파워로 무장한 스마트폰 및 태블릿과의 차별화 경쟁을 치열하게 치러 나갈 것이다. 가전제품들 역시 기존의 PC가 해 온 역할들을 하나둘 늘려가게 될 것이다.
미래의 승자는 시장을 새롭게 규정하고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혁신을 거듭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시장의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사양 기업으로 기록될 것이다.
제이슨 우 에이수스코리아 지사장 asuskorea@as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