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복지 빅데이터를 통해 어려운 이웃의 눈물을 닦아 주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올해로 45살인 A씨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결혼도 못한 채 동네 식당에서 배달 일을 하며 근근이 생활했다. 그 와중에 당뇨병이 악화돼 배달 일을 못하게 되면서 어려운 생활을 겪었다. 주소지는 그 식당으로 돼 있지만 실제 거주는 여관이나 지인의 집을 전전했다. 형제자매도 없이 혈혈단신이면서 주거가 불안정, 어려움을 알아주는 주변 사람이나 동 주민센터 복지담당 공무원이 없었다.

보건복지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 의해 A씨의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체납이 탐지됐다. 해당 동주민센터에서 A씨에게 연락을 취해 상담·조사 후, 국가에서 월 47만원을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자에 선정됐다. 복지서비스 등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고 거주지도 일정치 않아, 해당 동 주민센터조차 A씨의 어려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환갑을 맞은 B씨는 몇 년 전 허리 수술 이후 경제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어려운 상태에 처했다. 지인이 월세를 대신 납부, 고시원 생활을 했다. 의료비를 과다 지출한 이력이 있는 B씨도 A씨처럼 복지부로부터 어려운 상황이 파악돼 도움을 받았다.

C씨는 1인 가구로, 사업 실패 이후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 갔다. 월평균 소득은 2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주거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 난방·수도 등 시설이 매우 열악했다. 불안정한 소득과 주거로 생활이 어렵다 보니 건강보험료를 장기간 체납하게 됐다. 이후 복지부가 이를 파악, A씨와 B씨처럼 C씨도 도움을 받게 됐다.

복지부는 A씨, B씨, C씨같이 경제 사정이 어려운 사람의 발굴 및 지원을 체계화하기 위해 2014년 위기 가구를 빅데이터 기반으로 발굴하는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을 제정했다. 위기 가구의 선제 발견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 법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단전, 단수, 사회보험료 체납, 의료비 과다 지출, 실직 같은 위기 징후 정보 23종을 활용해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는 대상자를 찾아내는 정보시스템을 개발했다. 그 결과 올해 1~6월 두 차례 시범 운영을 통해 2만8000여명의 복지 대상자를 새롭게 찾아내 지원할 수 있었다. 특히 가장 어려운 기초생활 수급자 2925명, 차상위 대상자 2531명, 긴급복지 지원 833명을 빅데이터를 통해 찾아내 지원한 것은 큰 성과였다.

2만8000여명의 새로운 복지 대상자 가운데에는 홀로 지내고 있지만 건강도 좋지 않아 소득 활동을 못하고 있던 할머니가 있었다. 가정 폭력을 경험하면서 학교에도 나가지 않고 있던 중학생, 이혼 후 경제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장애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 등 사유도 다양했다. 이들은 복지 제도를 잘 몰라서, 건강이 불편해서, 생계에 급급해서 시간 여유가 없는 등으로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아무도 알기 어려운 이러한 이웃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한 우리나라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쾌거이기도 하다.

세계 정보기술(IT) 분야를 주도하는 우리나라에서 점점 증가하는 방대한 정보를 유용하게 사회에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가 됐다. 이제 복지 사업은 빅데이터 ICT를 활용해 기존의 신청주의로 대표되는 수동식 행정에서 찾아가는 적극 복지 행정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되 그 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 과거의 제한된 정보 체계에서는 불가능하던 일들을 서서히 실현하고 있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mkbang@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