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운용체계(OS) iOS에서 심각한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다. 전송된 링크를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스파이웨어를 심어놓을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애플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패치)를 배포했다.
25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6 사용자용 패치 버전인 `iOS 9.3.5`를 배포, 사용자들이 즉시 다운로드해 업데이트할 것을 권고했다. iOS 10 베타버전 사용자들도 패치 버전을 받아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이번 애플의 패치 버전 배포는 이달 중순 발견된 3가지 보안 취약점 때문이다. 취약점이 밝혀진 경위가 흥미롭다. 취약점 발견은 아이폰6를 사용하던 아랍에미리트(UAE) 인권운동가이자 변호사인 아흐메드 만수르가 지난 10일과 11일 수상한 링크가 포함된 문자 메시지를 받은 데서 비롯됐다. 만수르는 이 링크를 클릭하지 않고 토론토대학 시티즌랩으로 보냈다.
시티즌랩 측은 보안업체 룩아웃(Lookout)에 악성 프로그램을 찾는데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고, 2주간 작업 끝에 아이폰을 거의 완벽하게 원격으로 통제하는 스파이웨어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룩아웃의 마이크 머레이 부사장은 “문제의 소프트웨어는 3가지 취약점을 동시에 파고드는 대단히 정교한 스파이웨어였다”며 “이를 포착하는 과정은 시한폭탄을 해체하는 것처럼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티즌랩과 룩아웃은 해당 스파이웨어의 출처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NSO그룹으로 의심되며 각국 정부가 기자와 인권운동가를 겨냥해 스파이웨어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SO그룹은 개인이 아닌 정부를 상대로 스파이웨어를 판매하며 가격은 최대 100만 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티즌랩 측은 일단 이 스파이웨어에 감염되면 스마트폰이 `호주머니 속의 디지털 스파이`가 된다고 말했다. 아이폰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제, 사용자 주변을 엿보고 들을 수 있다. 연구원들에 따르면 NSO그룹의 스파이웨어를 활용하면 왓츠앱 등을 통한 대화를 녹음하고 와이파이 패스워드를 훔치고 이메일과 메시지, 채팅을 들여다볼 수 있다.
룩아웃 머레이 부사장은 “이번에 발견된 3개의 보안 취약점 가운데 최소 1개는 2013년 9월에 발표된 iOS7에도 남아있던 것이어서 NSO 측이 상당 기간 이 취약점을 악용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NSO그룹은 이번 사건에 아는 바가 없다면서 문제의 스파이웨어가 자사 제품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NSO그룹은 대변인 성명에서 “합법적인 정부기관에만 제품을 판매하며 수출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면서 “고객과도 제품을 합법적인 용도로만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