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지배하는 자는 큰 권력을 쥘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를 보라. 서른세 살에 불과한 그는 페이스북을 세워 모바일 세상의 제왕이 됐다. 월 16억명이 이 서비스를 사용하며 14억명이 모바일로 접속한다. 50조원 가치를 가진 주식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며 `올바른` 청년의 모습을 보여줘 다행이지만, 그가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세상에 끼칠 해악이 참 크겠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에서는 휴대폰이 곧잘 `악의 도구`로 이용된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를 보면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이 휴대폰을 이용해 인류 대부분을 멸망시키려고 시도한다. 지구온난화 해법이 인류 말살에 있다니. 이 미치광이 천재는 분노를 일으키는 유심칩을 무료로 배포해 사람들끼리 싸우다 죽게 만든다.
스티븐 킹 소설을 영화로 만든 `셀:인류 최후의 날`에도 유사한 장면이 나온다. 만화가인 주인공 클레이 리델(존 쿠삭)은 공항에서 휴대폰 전파에 홀린 좀비들을 피해 달아난다. 누가 왜 어떻게 이 전파를 쏘았는지 아무 것도 모른 채. 그는 가족을 구하러 가는 길에 동료를 만나는데, 그가 하필 무신론자 톰 맥코트를 연기한 사무엘 L. 잭슨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물론 이는 영화일 뿐이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휴대폰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가끔 휴대폰이 나를 구속하는 도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밤중에 카톡 지시`는 구속 축에도 못 낀다. 사물인터넷(IoT)을 해킹하면 집안 구석구석 가전을 작동시키고 사람을 감시하는 게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7월 개봉한 최신작 `제이슨 본`을 보면 인터넷에 전혀 연결되지 않은 노트북 자료를 주변에 있는 휴대폰을 통해 삭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휴대폰이 원격으로 나를 감시하거나 조종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무의식을 심어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정부가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에 `정부 3.0 앱`을 기본 탑재해 논란이 됐다. 일반인이 휴대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았다면 아마도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처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나라에서는 제아무리 편리한 기능을 담은 앱이라도 정부가 만든 것이라면 손을 내저을 가능성이 크다.
비단 우리나라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라는 것은 세계 어디서나 어느 정도는 불신의 대상이 아닌가. 정부가 휴대폰에 앱을 기본 탑재했는데 환영할 만한 나라가 과연 몇 군데나 될까. 그 정도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부를 가진 나라에 산다면 행복할 것 같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