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사각지대라 불리는 중금리 대출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와 민간 양쪽에서 `금리절벽`을 메우기 위한 시도가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지난달 5일 출시된 사잇돌 대출이 대표 사례고, 민간에서는 개인 간(P2P) 대출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말 350억원에 불과하던 P2P 대출 규모는 이달 2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던 가운데 한 P2P 기업과 금융감독원 공방이 금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바로 NH농협은행과 함께 P2P대환대출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써티컷(30CUT)이 약관 심사 과정에서 기관투자자 참여 문제로 진통을 겪은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P2P 대출 TF 회의`를 열고 기관투자자의 P2P 대출 투자 허용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 전에 먼저 해외 P2P금융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P2P 대출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미국이나 영국에서 P2P 대출은 지난해부터 `마켓플레이스 렌딩`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기관투자가의 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단순한 개인 간 중개 모델에서 기존 금융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대체투자 수단으로 P2P가 한 단계 진화했기 때문이다.
미국 렌딩클럽은 누적 대출채권에서 은행,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 비율은 80~90%에 이르고, 영국 펀딩서클(Funding Circle) 역시 30%가 넘는다. 반면에 한국은 은행과 협업 제휴를 맺은 P2P 기업이 있을 뿐 투자자는 개인에 한정돼 있다. 많은 P2P 업체가 기관투자가의 필요성에 입을 모으고 있는 이유다.
P2P 대출업에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허용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규모 문제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만으로 시장을 키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중금리 시장 활성화에 P2P 금융이 더 큰 역할을 해내려면 기관의 거액 투자가 필수다. P2P 금융이 먼저 시작된 영국보다 미국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된 이유도 일찍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주관으로 미국 P2P 대출업체들의 대출채권에 증권화된 형태로 기관투자가의 참여를 활성화한 데 있다.
P2P 금융시장 성장뿐만 아니라 검증을 위해서도 기관투자가의 참여가 필요하다. 기관투자가는 리스크 판단 자체 시스템으로 투자 상품의 위험성과 플랫폼사업자의 사업 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는 언론 기사와 플랫폼사업자가 제공하는 대출 정보 등 제한된 정보에 의존할 뿐 체계화한 투자 판단은 어렵다. 기관투자가가 참여해서 공신력 있는 플랫폼을 선별하는 정화 과정이 필요하다.
하루걸러 하나씩 신생업체가 생겨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기관 진입을 막을 경우 P2P 산업 성장의 리스크가 개인에게 전가돼 더 큰 위험이 생길 수 있다.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내 기관들에도 좋은 투자 먹거리가 될 것이다. 최근 미국 P2P 대출업체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300억원이 순식간에 매진,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여유자금이 있어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기업들이 국외로 눈을 돌리는 상황에서 P2P 금융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핀테크는 거대 기업이 많은 이익을 챙기던 전통 금융 구조를 타파하고 대출자, 즉 국민이 더 많은 혜택을 보는 합리화된 선한 금융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번 P2P 대출 TF에서 기관투자가의 P2P 참여를 정식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은 이런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기술 발전을 수용하고 국민을 위한 금융을 만드는 데 애쓰고 있는 당국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면서 저축은행, 캐피털, 증권사, 펀드 등 다양한 기관 참여와 함께 더욱 성장하는 P2P 시장의 미래를 기대한다.
황문기 서강대 스마트핀테크연구센터 교수 mkhwang@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