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마트폰, 스마트폰을 넘어야

아프리카와 스마트폰.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계 수단이다. 아프리카에는 은행이 없어 폰뱅킹이 대체한다. 4세대(4G) 통신을 지원하는 타이젠폰 Z2가 남아프리카로 진출하게 된 배경이다. 스마트폰이 새로운 인프라로 떠올랐다.

[기자수첩]스마트폰, 스마트폰을 넘어야

갤럭시노트7에 홍채인식 기술이 도입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갤럭시노트7이 홍채인식 지원의 최초 사례는 아니다. 일본 후지쯔는 지난해 홍채인식을 지원하는 `애로우스 NX F-04G`를 출시했다. 그러나 잠금 해제 기능 이외의 별다른 활용도가 없어 주목받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더 큰 그림을 그렸다. 홍채인식을 삼성패스에 적용, 모바일 뱅킹 서비스 이용 시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게 했다. 삼성패스와 삼성페이, 자체 클라우드를 연결해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의 진화 방향을 잘 읽어 낸 결과다. 애플리케이션(앱)과 마켓 등을 기반으로 디바이스 내부에서 생태계가 이뤄지던 이전과는 다르다. 이제는 스마트폰 자체가 사물인터넷(IoT) 생태계의 구심점이 된다.

LG G5도 생태계 개념을 내걸었다. 하지만 판매는 부진했다. 하드웨어(HW)에 종속된 생태계였기 때문이다. `프렌즈`가 G5 후속작과 호환되는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지 못했다. 소비자에게 모듈 생태계가 어떤 필요성이 있는지 설득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G5 모듈은 디바이스 기능을 보완하는 정도의 쓰임새에 그쳤다.

[기자수첩]스마트폰, 스마트폰을 넘어야

관건은 스마트폰으로 구축한 생태계를 소비자가 체감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LG전자가 V20으로 펼쳐 나갈 새로운 생태계 역시 소비자의 일상에 녹아들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가상현실(VR) 생태계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VR솔루션 `데이드림`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7.0(누가)을 최초로 탑재했기 때문이다. 정답은 제품이 나와 봐야 안다. 다만 V20이 `듣다, 보다`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을 그려 나가길 바란다. `그 이상`이 없는 스마트폰은 `듣보(듣도 보도 못한)`로 남을 뿐이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