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드』, 클로테르 라파이유 지음, 박세연 옮김, 리더스북스 펴냄, 1만5000원
저자는 문화마케팅계 세계적 석학으로 특정 국가의 문화 코드, 즉 `컬처코드`를 추출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컨설턴트로 유명하다. 네슬레·크라이슬러·로레알·LG 등 글로벌기업에 특정 국가 문화에 맞춰 판매 포지셔닝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컨설팅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0년 전 컬처코드를 출간하고 문화별로 다른 코드를 분석해 경영이나 마케팅 전략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세상은 크게 변했다. 저자는 10년 만에 출간한 신작 `글로벌코드`에서 기업은 컬처코드를 넘어 글로벌코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각국 문화를 뛰어넘어 모든 인류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정 무의식인 글로벌코드가 점차 강력한 소비 트렌드로 대두되고 있으며 산업, 문화, 생활, 의식 등에 강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발견했다.
저자가 말하는 글로벌코드는 총 12가지로 `글로벌 부족(글로마드)` `도시국가` `제3의 컬처 키드` `고급문화` 등이다. 이 책에서 각각 코드에 맞는 풍부한 사례를 들어 깊은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21세기 들어 허브에 사는 사람들(Huber)이라는 새로운 인류가 생겨났다. 허버는 싱가포르, 홍콩, 몬테카를로, 두바이처럼 최고 수준 국제 공항, 금융 인프라, 깨끗한 환경, 낮은 세금 등 조건을 두루 갖춘 도시 국가에 사는 사람이다. 허버는 고소득·고학력에 두 개 이상 언어를 자유롭게 하고 해외여행을 즐긴다. 더 나은 삶을 찾아 언제라도 조국을 떠나 터전을 옮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이 같은 글로마드는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뉴 리더이자 트렌드 창조자다. 특정한 문화나 민족주의 및 이념에도 얽매어 있지 않다. 새로운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가치를 정의하며 기호와 유행을 선도한다.
보통 사람은 이들이 퍼트리는 문화와 트렌드에 열광하며 이들과 같이 되기를 열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마드가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글로벌 비즈니스 미래 전략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됐다. 결국 세계화 시대에서 성공하고자 한다면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인은 글로마드가 될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다. 한국 문화는 글로마드 특유의 가치인 다문화 마인드를 갖고 있다. 제3의 컬처 키드처럼 제3의 문화를 이룬다. 지역적 여건 때문에 한국은 인도, 중국, 일본으로부터 문화적 영향을 받았다.
수차례 외세에 침략 당했으며 그때마다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였다. 즉 한국은 일종의 조합 문화다. 실제로 저자는 자신이 만난 글로마드 중 많은 이들이 한국인이었다고 말한다. 한국인이 글로마드 기질을 갖게 된 이유는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고, 미래에 집중하는 `GPS형 사고방식`에 있다. 이 사고방식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 집중하는 태도다. 끊임없이 정확한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정확한 목표를 설정할 줄 알고,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글로마드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문화에 열린 사고를 갖고 있고 이를 자신만의 새로운 문화로 창조할 줄 아는 글로마드식 사고방식은 글로벌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이를 이끄는 열쇠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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