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국회에 제출된 지 37일 만인 1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내년도 정부 예산이 국회에 제출되기 하루 직전이다. 여야 주요 3당이 막판 줄다리기 끝에 추경 처리를 매듭지으면서 위태로운 우리나라 경제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국회는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추경조정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추경을 처리한 뒤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심야 협상 끝에 극적인 합의를 이뤄낸 추경안은 4654억원 규모 사업 변경이 이뤄졌다. `대우조선해양 퍼주기 논란`이 제기된 외국환평형기금 출연은 2000억원 삭감됐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해운보증기구 관련 출자는 1300억원에서 650억원으로 절반 줄었다. 또 산은의 기업투자 촉진 프로그램 출자도 623억원 줄였고 무역보험기금 출연 역시 400억원 깎였다. 이 밖에도 △관광산업 융자지원(-300억원) △국립대 노후선박 지원(-250억원 ) △조선해양산업 활성화 기반구축(-160억원) △항만보안시설 확충(-74억원) 등 총 4654억원이 감액됐다.
정부 원안에서 시급성이 떨어지고 집행률이 낮은 사업, 본예산에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사업 등을 우선적으로 선정해 예산을 삭감했다는 것이 여야 예결위 간사 설명이다.
삭감액은 주로 교육·의료와 일자리 창출 등 복지재원에 얹어졌다. △교육시설 개보수(2000억원) △의료급여 경상보조(800억원) △국가예방접종(280억원) △장애인 활동지원(159억원)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30억원) △노인 일자리 확충 사업(48억원) 등 3600억원이 증액됐다.
당초 정부가 계획한 조선·해운 구조조정 지원 예산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구조조정 어려움을 극복하고 민생을 살리는 데 시의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예산이 증가하면서 민생경제에 떨어진 발등의 불도 막을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19개월 연속 감소한 수출과 소비·투자 부진, 대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오는 하반기 경제가 매우 위태로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추경으로 최소한의 처방을 할 수 있게 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1조원 규모 추경이 올해 3분기 내 모두 집행되면 올해와 내년 각각 최고 2만7000명과 4만6000명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경제성장률도 올해와 내년에 0.129%P와 0.189%P 각각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추경 통과가 늦어진 만큼 정부의 신속한 후속 조치를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교육 지원 예산을 통해 누리과정 문제를 일부 숨통이 트이도록 한 것을 큰 성과로 꼽았다. 비록 여야가 약속된 날짜에 추경을 처리하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취약계층을 위한 민생 예산과 일자리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날 국회에서 확정된 2016년 추경예산이 하루라도 빨리 필요한 곳에 사용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고, 집행관리에 만전을 기할 계획임을 밝혔다.
기재부는 “국회 통과 첫날인 1일 저녁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추경예산 공고안 및 배정계획안을 상정·의결하고, 매월 재정관리점검회의를 통해 추경예산 집행상황을 중점적으로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