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Drone)은 물류·레저·촬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이 늘고 있다. ABI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드론시장은 9000만대, 매출 46억달러(5조1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많은 기업이 드론을 내놓고 시장선점에 나섰다.
프랑스 기업 패럿(Parrot)은 중국 DJI와 미국 3D로보틱스와 함께 3대 민간용 드론업체로 불린다. 민간용 드론 시장에서는 DJI가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며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DJI는 흔들리는 비행에도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한 `짐벌` 기술력을 바탕으로 항공 영상 촬영에 큰 강점을 보이고 있다. 3D로보틱스는 건설용 드론에 특화됐고, 패럿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취미용 드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프랑스 기업답게 새로운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로 독자영역을 구축했다.
패럿은 드론과 함께 블루투스 헤드셋과 스피커 업체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94년 프랑스에서 설립됐다. 이 회사 창립자이자 현재 최고경영자(CEO) 앙리 세두는 프랑스 명망가 집안 출신이다.
할아버지는 1898년에 설립된 현존 영화사 중 가장 오래된 `고몽`의 CEO 니콜라 세두다. 아버지는 영화 제작·배급사, 극장 체인, 텔레비전 네트워크까지 아우르는 프랑스 거대 미디어기업 `파테(Pathe)`의 회장인 제롬 세두다. 작은 아버지 미셸 세두는 프랑스 1부리그 축구 클럽 릴OSC 회장직을 맡고 있다. 딸 레아 세두는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007 스펙터` 등의 주연을 맡은 유명 영화배우다.
패럿은 1995년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지털음성비서인 보이스메이트를 출시했다. 스티비 원더 등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2000년에는 에릭슨과 제휴해 블루투스 핸즈프리 카키트를 판매했다. 2006년에는 블루투스를 이용한 전자사진액자와 하이파이 무선 스피커를 출시했다.
이어 2010년 CES에서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앱으로 조종이 가능하고 가격도 저렴한 `AR드론(AR.DRONE)`을 내놓으며 드론 시장에 진출했다. 이 제품을 세계 각국 공항 등지에서 판매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히트상품 제조업체가 됐다.
패럿은 이후 다양한 소비자 드론 라인업을 추가하면서 글로벌 드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우 저렴하게 판매하는 미니드론 `롤링스파이더`(Rolling Spider)와 `점핑 수모`(Jumping Sumo), 기존 AR드론을 업그레이드한 AR드론 2.0, 중급 미디어 드론 시장을 노리는 비밥(BeBop) 등이 주력 제품이다.
패럿은 올해 CES에서는 세계 최초로 전투기처럼 비행하는 드론 `패럿 디스코`를 선보여 많은 주목을 받았다. 디스코는 4개 프로펠러가 달려 있는 일반 드론과 달리 전투기 모양처럼 고정 날개를 달았고 꼬리에 프로펠러를 달고 있다. 유연한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져 무게가 약 700g에 불과하다. 비행반경은 2㎞, 최고 80㎞/h 속도로 하늘을 날 수 있다. 특히 1회 충전으로 45분간 비행할 수 있어 기존 드론 제품(15~25분)에 비해 비행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패럿은 드론과 가상현실(VR) 헤드셋을 결합한 드론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헤드셋을 쓰고 드론을 조종하면 실제 하늘을 날고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VR과 드론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드론에 특화한 결과 회사 실적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34% 늘어난 3억2627만유로(약 4081억원)를 올렸다. 이중 드론 매출은 1억8342억유로로 회사 전체 매출 56%를 차지했다. 드론 매출은 전년도(8296만유로)보다 갑절 이상 늘어 회사 성장을 주도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