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데이터로 공공 의료 서비스 질 개선에 나서는 미국

[기고]데이터로 공공 의료 서비스 질 개선에 나서는 미국

미국은 공공 의료 서비스 혁신에 목마른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머지않아 공공 의료 서비스 질 면에서 가장 앞선 나라가 될 것 같아 보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의료보험 문제는 불안한 미국 중산층이 처한 현실을 상징했다. 중산층 위기를 주제로 다룬 인기 드라마 소재의 하나가 의료보험이다. 직장을 잃는 순간 의료보험 테두리 밖에 놓이고, 병이 나면 바로 극빈층으로 추락한다.

미국 정부는 진통은 있었지만 오바마 케어를 통해 사회 합의 도출이 필요한 제도 개선에 성공했다. 다음 과제로 기술을 통한 의료 서비스 체계 혁신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정밀 의학 이니셔티브(Precision Medicine Initiative)를 발표했다. 기술의 힘을 빌려 의료 서비스에 드는 사회 비용을 더 낮추는 동시에 고령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의료 서비스 시장을 열기 위한 토대 구축을 목표로 한다.

정밀 의학 이니셔티브는 정부가 이끄는 혁신 활동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학계와 업계 참여가 활발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하둡서밋 2016에서였다. 기조연설에서 호튼웍스는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정밀 의학 이니셔티브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필자에게 이 소식은 의료 시장 개혁에 빅데이터가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청사진을 보는 것과 같았다. 추측과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에 근거한 판단을 주로 하는 정밀 의학이 빅데이터를 만난다는 것은 게놈 분석부터 임상 연구 영역까지 아우르는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 가능성을 실제로 연 것이다.

빅데이터 선도 기업에 미국 정부가 러브콜을 보낸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추진하는 정밀 의학 이니셔티브가 효과를 보려면 대량의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대상은 전자의료기록, 의료 연구진이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도로 많은 양의 인간 게놈 정보다. 정밀 의학은 평균을 토대로 한 신약 개발과 치료보다 개인별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개개인의 유전 정보, 개개인이 살아 온 환경 정보, 생활 습관 등 다채로운 정보 수집과 분석이 요구된다. 문제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미국 내 여러 기업과 기관에 충분한 의료 기록과 게놈 정보가 있다. 미국 정부가 전문 업체에 기대와 함께 협력하는 이유는 바로 의료 정보를 보유한 조직이 상호 신뢰 아래 안전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밀 의학 이니셔티브에서 호튼웍스의 역할은 신뢰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호튼웍스는 HDF를 50개 연구기관에 제공한다. HDF는 여러 기관에 사일로 형태로 흩어져 있는 데이터 조각을 연결하는 구심점이 된다. 각 연구기관은 데이터를 외부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HDF에 연결할 수 있는 통로만 확보하면 된다. 그러면 50개 연구기관은 안전하고 자유롭게 데이터를 연구 목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빅데이터 전문 기업과 손을 잡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치료 중심 의료 서비스와 여기에 맞춰진 의료 보험 체계로는 고령화 시대에 대비할 수 없다. 미국은 의료보험 체계 손질과 동시에 첨단 기술의 힘을 빌려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의료 서비스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민간 의료보험 체계를 손보는 것은 남들보다 늦었지만 공공 의료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혁신 방법은 한 발 앞서 찾은 것이다.

의료계 역시 의료 서비스의 미래는 정보통신, 로봇 등 첨단 기술이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사람이 사물인터넷(IoT)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과 만나면 의료비용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름대로 높은 공공 의료보험을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현재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높은 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빅데이터 업계와 적극 협력해야 할 때다.

서정열 디에스앤지시스템 대표(ceo@dsngsyste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