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부 지역에 자생하는 `모소`라는 희귀 대나무가 있다. 심은 후 4년까지는 죽순조차 보이지 않다가 5년째가 되면 죽순이 나오고, 그 후로는 하루에 30㎝ 이상 자라서 6주 만에 키가 15m에 이르러 엄청난 대나무 숲을 이룬다. 많은 농부가 죽순이 보이지 않는 초기에는 그것을 캐내 다른 것을 심고 싶은을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투자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자는 수년을 인내하며 회사를 키워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벤처투자 시장에서 민간자본이 확대될 수 있도록 규제 혁신 등을 통해 스타트업의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기름진 토양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2조858억원 규모의 벤처 투자가 이뤄졌다. 2000년에 세운 2조211억원을 경신,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2조6000여억원의 벤처 투자 펀드결성 금액도 역대 최고다.
다수의 투자 가치가 있는 스타트업이 태동했고, 여기에 발맞춰 벤처캐피털의 투자 활동도 활발해졌다는 방증이다. 이는 창조경제 구현이라는 분명한 목표 아래 창업과 벤처 투자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잘 어우러진 결과로 보인다. 정부도 두 바퀴의 수레가 원활하게 작동해 펀드 운영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지속 개선해 왔다.
벤처 투자 시장이 지속 가능한 자생력을 갖추려면 벤처펀드의 정부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 등 벤처 생태계에 속한 민간 주체들의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과거 수년 동안의 펀드 출자자 구성을 살펴보면 벤처펀드에 차지하는 민간자본 비중이 60% 미만으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난 7월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된 중소·벤처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이 벤처 투자시장의 민간자금 유입 확대에 중점을 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정부는 우선 벤처펀드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 역할을 점차 축소할 계획이다. 벤처펀드에 모태펀드 출자 비율을 낮추고, 민간 자본이 많은 펀드일수록 선정 시 우대한다. 수익이 기대되는 경우에는 모태펀드의 지분 일부를 민간 출자자가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투자업계에서 꾸준히 건의해 온 벤처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대폭 확대한다.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벤처펀드에 출자할 때 그 금액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에서 감면하는 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지분을 기업 소득의 환류로 새롭게 인정해 기업소득 환류세금을 덜 내게 함으로써 기업의 벤처투자가 확대되도록 할 예정이다.
벤처기업 주주가 벤처기업 매각 및 재투자 시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 과세이연 조건도 현실에 맞게 고쳐 나가고, 기술 혁신형 중소기업 간 인수합병(M&A)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도 요건을 완화한다.
이러한 모태펀드 운용 방식 개선과 기업의 벤처 투자에 대한 과감한 세제 혜택 부여 등을 통한 벤처투자 시장으로의 민간자본 유입 확대는 창업·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더욱 쉽게 하고, 우리 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선배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투자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창업·벤처기업에서 이뤄진 혁신을 중소·중견·대기업이 흡수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창출하는 혁신 통로를 구축함으로써 국가 경제 활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ysjoo21@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