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 부스에 갈 때는 꼭 배지를 떼고 가세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에서 한국 기업인 사이에 주고받는 일종의 `전시회 관람 팁`이다.
보통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 온 기업인은 패찰 목걸이에 해당 기업 로고가 인쇄돼 있다. 하이얼 부스에 갈 때 패찰을 떼고 가란 이야기는 패찰 목걸이에 그린 삼성이나 LG 로고를 가리라는 의미다.
이유는 간단하다. 삼성이나 LG에서 온 한국인이 하이얼 부스에 방문하면 부스 직원이 아주 제한된 설명을 하고 심한 경우 응대까지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다. 여러 기업인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이얼은 올해 IFA 2016에서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LG 스마트냉장고와 유사하게 양문형 냉장고에 액정표시장치(LCD)를 장착한 스마트홈 냉장고를 전시했다. LG전자 트윈워시를 따라한 더블드럼 세탁기와 노크온 기술을 적용한 냉장고도 선보였다. 심하게 표현하는 사람은 `짝퉁 삼성-LG`라고 할 정도였다. 원 제품을 잘 알고 있는 한국 사람에게 경계의 눈초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하이얼은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세계 1·2위를 다투는 삼성, LG의 전략 신제품을 모방하고 제품화했다. 하이얼은 스스로 `패스트 팔로워`라고 표현한다.
국내 전자기업의 한 사장은 하이얼에 대해 “정체성 없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하이얼` 하면 생각나는 대표 제품이 없고, 그저 남을 베끼기에 급급한 기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제너럴일렉트릭(GE)을 인수, 규모면으로 세계 최대 가전 기업으로 거듭난 하이얼의 재빠른 팔로우십이 언제 리더십으로 바뀔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경계 대상이고, 단순히 폄하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쉽게 따라 오기 어렵도록 핵심 기술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여야 한다. 프리미엄 가전제품 이미지를 구축, 차별화를 꾀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 기업의 무서운 습득력이 리더십으로 변하기 이전에 충분한 격차 벌리기가 필요한 때다.
베를린(독일)=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