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대한민국 창작 애니메이션 ‘달빛궁궐’의 예고편이 공개되자 대중들은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표절했다며 논쟁을 벌였다.
이상한 나라에 빨려 들어간 소녀, 그리고 그 새로운 세계에서는 무생물들이 살아 있고, 여성 악역이 등장한다. 그를 도와주는 조력자도 있다.
물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달빛궁궐’ 외에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나니아 연대기’ 등 새로운 세계에 빨려 들어간 소녀들은 많다. 이런 점을 보편적인 화소(話素)로 본다면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보편적인 소재 외에도 ‘달빛궁궐’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와 귀여운 쥐와 함께 다니며, 용을 타고 날아간다. 둥둥 떠다니는 가면이라든가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작은 생명체들, 그를 다시 인간세계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남자 주인공, 소년이 찾아가라고 한 할아범, 동그란 안경을 끼고 있는 할아범 등 비슷한 소재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일각에서는 소년의 생김새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하쿠와 닮았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지난달 31일 김현주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 “(표절논란을) 솔직히 처음엔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서 걱정해주는 말을 해 주어서 알게 됐다. 영화 본편이 공개되기도 전에 예고편을 캡쳐한 몇몇 장면만으로도 논란이 되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영화를 본다면 표절은 애초에 얘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일본 애니메이션과의 근거 없는 비교보다 오히려 독창성과 잠재적 힘을 지닌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현주소에 대해 열띤 토론이 펼쳐지길 바란다. 특히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영역은 근 십여 년간 극도로 어려운 시기였다“며 ”영화 속 각종 캐릭터와 동작들이 한국의 문화를 어떻게 반영했고, 또 어떠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관객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직접 답변했다.
하지만 표절 논란이 있었던 세부적인 부분을 설명하지 않은 두루뭉술한 답변이었다. 이에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 NEW는 “이미지라는 것은 사례가 보편적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이 떠오르기도 한다. 등장하는 용은 신화에 나오는 ‘영노’라는 동물을 착안해서 만든 것이다. 작은 생명체는 쓰개치마를 쓴 여인들로, 예쁜 캐릭터들을 보니까 다른 캐릭터도 떠오르는 것 같다. 소년의 생김새도 비슷하다고 하지만, 감독님은 보편적인 그림체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 말처럼 표절이라고 하기엔 전체적인 분위기도 다르고, 비슷한 소재가 등장하지만 역할이 다르다. 하지만 역할이 다르다고 해도 ‘차용’했다고 할 수준이며, 이런 작은 것이 모여 하나의 논란을 만들었기 때문에 곱게만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홍보팀이 앞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부럽지 않은 대한민국 대표 애니메이션 탄생”이라며 홍보까지 했다. 많은 애니메이션 작품 중에서 왜 하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었을까.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이기 때문에 관객에게 어필하기 좋았을 수 있다. 보통 때와 같으면 아무 상관없는 문제다. 하지만 이미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논란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감독의 말대로 한국의 창작 애니메이션 시장은 아직도 시작 단계다. 분명 ‘달빛궁궐’ 나름대로의 한국적인 요소를 첨가해 독창적이고, 성인이 봐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흥미로운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논란을 무조건 덮어놓고 가린다면 앞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장은 없을 것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