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구글·우버 이어 `히어`와도 협력 논의...전방위 협업 확산 주목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위해 구글·우버에 이어 정밀 지도 서비스 회사 `히어`와도 협력 논의를 시작했다. 히어는 지난해 다임러·BMW·아우디 등 독일 3사가 공동으로 25억유로(약 3조 900억원)를 투자해 노키아로부터 인수한 회사다. 최근 현대차가 경쟁 관계를 넘어서 협력 방안을 찾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히어가 개발 요구사항을 주고 받는 등 협력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히어 맵을 이용한 자율주행자동차 시뮬레이터. 출처 : 히어 공식 블로그
히어 맵을 이용한 자율주행자동차 시뮬레이터. 출처 : 히어 공식 블로그

현대차가 경쟁 업체의 자회사인 히어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자율주행에 필요한 초고정밀 지도 때문이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오차 범위는 10~20㎝ 수준의 고정밀 지도가 필요한데 전 세계 지도와 3차원 고정밀 지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구글·히어·톰톰(TomTom) 등 몇 개 정도다. 구글도 지도 경쟁력이 있어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의 기반이 됐다. 특히 구글은 무인차를 통해 어느 회사보다도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자동차 업체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구글은 자사 무인차와 자율주행차를 통해 지난해 말까지 200만마일 자율주행 시험 기록을 쌓았다. 이는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는 업체 중 최다 기록이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시제품
구글의 자율주행차 시제품

현대차 국내·북미용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이 지역 디지털 지도를 갖고 있는 현대엠엔소프트가 제공 중이지만 유럽을 포함한 세계지도가 취약하다. 이 때문에 현재 유럽 지역에서는 네덜란드 내비게이션 업체 톰톰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차를 위한 초고정밀지도 역시 현대엠엔소프트와 공동 개발 중이다. 세계 고정밀지도 개발 파트너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현대차가 히어와 지도 개발 논의를 진행하면서 업계에서는 범 자동차 업계를 아우르는 거대 동맹 결성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이미 한 발 앞서 수년 동안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는 구글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업체들이 협력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독일 3사는 히어를 공동 인수하면서 다른 자동차 업체들에게도 공동 투자를 제안했으나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신차 로드맵 유출을 우려해 거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구글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다시금 협력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율주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를 둘러싼 랜드마크(3차원 좌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것”이라면서 “자동차의 위치를 3차원 주변 정보를 통해 파악해야 하는데 이 정보들을 가장 적게 또한 압축적으로 담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숙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발 자동차·IT 업계간 경쟁 구도가 다시 한번 뒤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계열사 위주의 협력에서 벗어나 국내외 업체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 중이다. 최근 시스코와 협업을 발표했다. 구글·우버와의 협력도 진행 중이다.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주도해 결성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지니비(Genivi) 이사회 멤버로 현대차 임원이 선출된 바 있다. 히어와의 협력이 가시화될 경우 독일 기업들과의 다른 분야 제휴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