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4주년 특집2-人](5)박용제 웹툰 작가...동네 오락실 대장에서 게임에 IP제공 웹툰 작가로

박용제 웹툰 작가
박용제 웹툰 작가

`길쭉이`는 동네 오락실 대장이었다. `킹 오브 파이터즈` `철권` 등 당시 가장 인기를 끈 대전격투게임은 모두 길쭉이 차지였다. 고수 길쭉이가 떴다고 하면 구경꾼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길쭉이의 또다른 취미는 만화 그리기였다. 토리야마 아키라 명작 `드래곤볼`에 열광했다. 학교생활은 방과 후 있을 오락실 경기를 대비한 이미지 트레이닝 시간을 제외하고 공책에 드래곤볼 캐릭터를 따라 그리는 것으로 채워졌다. 순천대 만화예술학과로 진학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길쭉이는 거기서 맞수도 만나고 그림도 공부하며 게임과 만화에 푹 빠져 살았다. 웹툰 `갓오브하이스쿨` 박용제 작가의 유년시절 얘기다.

[창간34주년 특집2-人](5)박용제 웹툰 작가...동네 오락실 대장에서 게임에 IP제공 웹툰 작가로

박 작가는 “친구은 대부분 과학자, 대통령, 의사, 변호사 등을 장래희망으로 얘기했지만 초등학교 2학년 드래곤볼을 접하는 순간 나도 이렇게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는 오락실 대전을 위해 손으로 커맨드를 입력하는 연습을 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갓 오브 하이스쿨은 이런 박 작가의 인생여정이 담긴 작품이다. 캐릭터 움직임, 화면 구성 등이 흡사 대전격투게임을 보는 것 같다. 다수 소년만화가 그렇듯 드래곤볼 전개 방식과도 닮았다. 대학을 마치고 군복무로 산업기능요원으로 IT회사, 게임회사에서 일했다. 당시 여의도에 있던 게임회사는 대전격투게임 등 오락실 게임을 온라인으로 만들어 제공했다. 하지만 디자이너보다 `창작자`가 되고 싶었다. 과감히 정리하고 모아 놓은 돈으로 고시원에서 2년 동안 수련의 시간을 가졌다. 박 작가는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당시 노량진 고시원에서 고시생이 공부하는 것처럼 그림을 연습하면 나도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첫 작품 `쎈놈`을 네이버 웹툰 도전만화에 올렸다. 네이버 정식 연재를 제의받아 완결까지 끝마쳤다. 하지만 차기작이 문제였다. 전혀 감을 못 잡았다. 그러다 자기 취향을 한 세계에 담아보면 가장 즐겁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갓오브하이스쿨을 기획했다. 학창시절 게임에 심취한 게 고스란히 녹아났다. 박 작가는 “독자가 오락실에서 쓴 기술을 여기서 체험하게 하려고 일부러 알아보게 그렸다”며 “더 나이 먹기 전에 취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폼 안 잡고 마음껏 그리고 싶어 시작했다”고 말했다.

웹툰 IP를 게임으로 활용한 1세대 웹툰 작가가 된 것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갓오브하이스쿨은 게임사 `NHN엔터테인먼트`와 `YD온라인`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재탄생했다. 웹툰에서 물씬 풍기는 `격투게임스러움`이 게임 이용자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두 회사에서 모두 효자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박 작가는 “두 게임 모두 잘 돼 기쁘다”며 “웹툰 지식재산권(IP)이 기존에 영화나 드라마에 활용됐지만 게임에는 초기다보니 후배를 위해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부담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웹툰 작가를 희망하는 후배에게 포기하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그리라고 조언한다. 웹툰 시장에 여러 기회가 생겨났다. 1990년대 이후에 만화 시장이 최대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도전만화 시절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뚝심이 필요하다. 박 작가는 “국내 만화 시장은 미리보기, 게임, 영화, 드라마 등 여러 기회가 생겨나 1990년대 호황기를 뛰어넘었다”며 “도전만화에 있으면 깜깜한 방 안에서 출구를 찾는 것같이 힘들지만 하고자 하는 것을 꾸준히 하면 생각 이상의 대가도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작가가 처음 만화를 전공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공무원인 아버지를 중심으로 집안 반대가 심했다. 아버지가 아끼는 누나에게 먼저 결심을 털어놓고 설득을 부탁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만화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책도 아버지 승낙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금은 웹툰 작가는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