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1-新](5)인간 감각 지평 넓히는 증강현실(AR)

올해 여름 속초는 유난히 뜨거웠다. 전국의 게이머들이 집결했다. 여름휴가가 아닌 `포켓몬고 (GO)`를 즐기기 위해 이들은 속초행을 택했다. 포켓몬 고는 스마트폰 게임이다. 일정 장소에 출몰하는 포켓몬을 잡는 내용이다. 일본 닌텐도, 미국 나이앤틱가 협력해 개발했다. 우리나라는 정식 서비스 국가가 아니었지만 속초에선 가능하자 사람들이 몰렸다. 포켓몬 고는 말 그대로 열풍을 일으켜 지역 경제를 들썩이게 했다.

일본 `포켓몬 고` 이용 모습.
일본 `포켓몬 고` 이용 모습.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폭발시켰다. 동시에 그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증강현실은 현실세계와 가상 체험을 결합하는 기술을 뜻한다. 실제 환경에 가상사물을 합성해 원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그래픽 기법이다. 속초 바닷가에서 컴퓨터 캐릭터인 포켓몬을 잡을 수 있도록 한 기술이 바로 증강현실이다.

가상현실은 모든 환경을 컴퓨터를 통해 가상환경으로 제작해 사용자와 상호작용한다. 하지만 증강현실은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가상의 물체와 상호작용해 보다 향상된 현실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증강현실은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컴퓨터 그래픽 역사와 맥을 같이 했다.

1960년대 중반 착용형 디스플레이가 처음 개발되면서 증강현실 시스템에 대한 개념이 탄생했다. 당시 헬멧 디스플레이를 천장에 장착, 컴퓨터 그래픽으로 입체적 사물을 표현하는 연구가 진행됐는데, 이 디스플레이는 광학적으로 반투명한 구조로 사용자는 컴퓨터 그래픽 영상뿐 아니라 실제 주변 환경을 함께 볼 수 있다.

증강현실이 주목 받는 이유는 현실감과 몰입감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은 오로지 컴퓨터 그래픽으로 꾸며지지만 증강현실은 실제와 그래픽이 결합한다. 증강현실에서는 디지털 정보나 콘텐츠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만지거나 상호작용하는 등 오감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게 된다.

[창간 34주년 특집1-新](5)인간 감각 지평 넓히는 증강현실(AR)

증강현실은 게임, 방송, 교육 등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소니는 2009년 가상 애완동물을 육성하고 놀이를 즐기는 게임(아이펫)을 공개했다. 방송에서는 선거개표방송이 대표적이다. 또 스포츠중계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데, 동계올림픽 스케이팅 경기에서 각 선수 발아래 국기가 펼쳐져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증강현실의 한 예다. 국립중앙과학관에는 휴대형 단말기를 전시된 신기전이나 거북선 모형을 비추면 내부 구조를 보여주고 동작 애니메이션을 실제 모형에 합성해 보여주는데 이 역시 증강현실 기술이 접목된 경우다.

증강현실이 응용되는 분야는 향후 건축이나 설계, 의료, 군사 등 더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가상과 현실을 결합하는 특성상 안전 문제가 뒤따른다. 생명과 연관된 분야에 실제 적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증강현실 기술이 보다 정밀해야 하고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의사가 수술할 때 사용자 초음파나 CT 촬영 결과를 환자 환부에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 시스템이 높은 정밀도와 안정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소용없기 ?문이다.

시장분석 업체 디지캐피탈에 따르면 2020년 가상 및 증강현실 시장 규모는 12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가상현실이 시장 규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2017년 이후부터는 증강현실이 성장을 주도하며 역전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다.

[창간 34주년 특집1-新](5)인간 감각 지평 넓히는 증강현실(AR)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증강현실 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접목한 혼합현실(MR)기기 `홀로렌즈`를 선보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가 사용한다. 구글은 증강현실 기술 `프로젝트 탱고`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증강현실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자동차에 이어 미래먹거리를 책임질 9개 국가 전략 프로젝트 중 하나로 증강현실을 꼽았다. 플랫폼 분야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콘텐츠 확대와 시장 활성화를 위해 민관 합동 프로젝트(플랫폼+콘텐츠)를 추진키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1년8개월 차이인 미국과의 기술격차를 2020년까지 5개월 수준으로 좁힐 계획이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