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열린 삼성그룹 수요사장단 협의회의 주제는 `블록체인이 바꾸는 세상`이었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불어오던 블록체인 바람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으로 퍼지며 서서히 대세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불록체인은 거래정보를 기록하고 이를 분산해 공유하는 기술이다. 디지털통화인 비트코인 거래기록 저장기술로 처음에 개발됐다.
블록체인은 P2P(개인간) 분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며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검증과 동의를 거쳐 거래정보 블록을 형성하고 분산·저장한다. 일정 크기의 데이터베이스 블록이 끊을 수 없는 체인으로 순차적으로 연결된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각 블록은 바로 이전 블록의 존재를 정교하게 참조하고 있어 블록 순서를 바꾼다거나 통째로 조작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정 크기의 거래 정보를 담고 있는 장부인 블록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 사이에 분산, 공유, 관리되고 있어 실제 거래내역을 담고 있는지 철저히 공개돼 검증된다.
넷스케이프 공동 설립자면서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 중인 마크 안드레센은 “1975년은 개인용 컴퓨터, 1993년은 인터넷의 해였다면, 2014년은 비트코인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비트코인과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중요성은 커져가고 있다.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은 내년까지 전 세계 은행의 80%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나스닥(NASDAQ)도 지난해부터 비상장 주식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부터 IBM과 사물인터넷(IoT) 보안 강화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한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SDS는 7월 국내 블록체인 전문 스타트업 블로코에 투자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 금융 계열사도 블록체인을 활용해 이용자들에게 낮은 수수료와 기존보다 강력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금융권 움직임도 활발하다. 은행권은 특히 앞다퉈 금융거래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접목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은 세계 최대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에 가입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그룹 등 50여개 글로벌 금융사들이 지난해 9월 미국 블록체인 선두업체 R3와 제휴해 만든 R3CEV는 송금과 결제 등 주요 금융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테스트하고 있다.
미래학자나 기술전문가들이 블록체인에 대해 큰 기대를 하는 이유는 돈이 오가는 금융거래를 포함한 다양한 거래·계약 등에서 제3자 중개와 보증·공증 없이 거래의 확실성, 안전성 그리고 이중 거래 원천차단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의 본질은 거래 승인 권한과 정보의 민주화다. 블록체인은 강력한 제3의 공인기관이나 중개자 개입 없이 투명하고 안전한 직접 거래가 가능하다.
안전한 시스템에 의한 자율적 권한 위임이 가능하므로 실시간 승인이 가능해지고 정보는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에게 공개, 보관, 관리되므로 특정 거래 정보를 조작하려면 모든 참여자의 컴퓨터를 해킹해 블록체인 전체를 조작해야 할만큼 어렵다.
블록체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비트코인이 대표적 퍼블릭 블록체인이라면 이미 신뢰성이 검증되고 약속된 참여자를 지정해 폐쇄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이 거래정보 검증이나 승인 절차에 따른 시스템 복잡성이나 인센티브로 인해 상대적으로 시스템 운영비용이 높다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시스템 복잡성이 낮고 운영비용도 저렴하다. 특정 기업 내부나 제한된 파트너 사이에서 일어나는 거래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처리하고자 한다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제격이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