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12월 17일은 인류 비행 역사에 기록될 기념일이다. 이날 미국 노스케롤라이나 키티호크에서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로 엔진을 단 비행기를 타고 12초간 37m를 나는데 성공,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새 처럼 나는 건 오래전부터 인간의 꿈이었다. 그 꿈을 인류는 비행기라는 거대한 물체를 만들어 실현했다. 하지만 나는 건 비행기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나는 택시, 나는 버스 등이 등장하며 차세대 비행체로 각광 받을 전망이다. 공상과학 만화나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비행체가 더 이상 `공상`이 아닌 것이다.
미 항공, 우주 분야 대기업 에어버스그룹은 최근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 시제품을 내년 말까지 선보이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에어버스는 `바하나(Vahana)`라는 프로젝트로 이 일에 도전하고 있다. `바하나`는 인도에서 따온 말로 `신의 탈 것`이란 뜻이다. 이를 위해 에어버스는 지난 5월 실리콘밸리에 `A³`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구글에서 첨단기술 개발 프로젝트(ATAP)를 이끈 폴 에레멩코(Paul Eremenko)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에레멩코는 “배터리를 비롯해 모터, 항공전자 같은 기술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면서 “다만 센서 기술과 장애물 회피 기술 같은 것은 더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MIT 출신 설립자가 2006년에 세운 테라푸기어(Terrafugia) 역시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본사가 있는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미 연방항공국에서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차세대 비행체 `TF-X`의 소형 버전 시험 주행 허가를 획득했다. 지난 10년간 항공 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연구해 온 테라푸기어는 2013년 8월 위스콘신 에어쇼에서 20분간 `TF-X` 시험비행을 선보이기도 했다.
`TF-X`는 4문형 풀-사이즈 모델이다. 활주로가 필요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은 이전 `트랜지션`에 비해 수직 이착륙(VTOL)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차량 조작도 `트랜지션`보다 쉬워졌다.
슬로바키아 회사 에어로모빌(AeroMobil) 역시 나는 자동차 분야 선도 기업이다. 에오로모빌은 지난 2014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 `에어로모빌 3.0`을 공개해 시선을 모았다. 당시 유라이 바출리크(Juraj Vaculik) 에어로모빌 CEO는 “지난 30년 동안의 연구 결과”라면서 “조만간 시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용 버전이 나오려면 앞으로 1~2년은 더 필요하다. `에어로모빌 3.0`은 가솔린을 연료로 사용한다. 날개는 자동으로 접히거나 펴진다. 길이는 8m다. 가볍고 내구성이 강한 카본파이버,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의 복합소재로 차체를 제작했다. 무게는 450kg, 최대 비행가능 거리는 692km다. 이륙 시 속도는 시속 144km다. 약 200m 길이의 활주로가 필요하다.
이들 외에 매버릭(LSA), 아이콘(A5), 스위치블레이드, 릴리엄 젯, 스카이러너 등도 차세대 나는 비행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드론 상용화에 필요한 규정을 최근에야 만든 데서 알 수 있듯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시장에 나오려면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우선 필요하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