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수단` 자동차 기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자동차 회사들은 이동성(모빌리티) 회사로 변신을 선언하고 이동 개념을 사람 보행으로까지 넓혀 가고 있다. 그 노력의 하나가 바로 `착용형 로봇`이다.
착용(웨어러블) 로봇은 인체 동작 의도를 감지해 그 근력을 보조하거나 증폭시킬 수 있는 착용시스템을 말한다. 영화 속 `아이언맨` 슈트가 대표적이다. 착용 로봇 용도는 다양하다. 움직임에 불편함을 겪는 장애인이나 노인을 위한 보조 착용기구가 될 수도 있고 화염에도 끄떡없는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의료용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착용형 로봇은 인간에게 이동 한계를 넘어서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로봇에 사용되는 인지·판단·제어 기술이 자동차에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자동차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보행이 불편한 노약자 등을 위한 생활보조용 로봇, 사고로 이동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 재활을 돕는 의료용 로봇을 개발 중이다. 그 가운데 무릎형(KAMO), 고관절형(HAMO), 모듈결합형(H-LEX), 의료형(H-MEX) 로봇 등 4종은 시제품 개발까지 마친 상태다. 현재 H-MEX에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어서 조만간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KAMO와 HAMO는 장애를 입은 무릎, 고관절 등에 장착되어 평지 보행, 계단 오르내리기 등 기본 보행을 돕는 로봇이다. H-LEX 로봇은 무릎형과 고관절형 로봇을 결합한 형태다. H-MEX는 모듈결합형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형태로, 하지마비 장애인이 착용하고 걸을 수 있게 개발된 의료·재활 보행보조 로봇이다. 현대자동차는 2018년 의료재활용 로봇, 2024년 생활보조용 로봇을 양산할 계획이다.
토요타자동차는 시각 장애인이 좀 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 `블레이드` 일환으로 최근 `웨어러블 모빌리티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이 디바이스는 지팡이나 맹도견, 스마트폰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보다 많은 환경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을 어깨에 걸고 있으면 쇼핑몰 같은 공간에서 사용자가 더 정확하게 목적한 장소에 도달할 수 있다. 복수의 카메라를 통해 환경을 인식하고 사용자에게는 스피커나 진동 기능으로 상황을 알리는 형태다. 토요타는 향후 이 장치에 지도 기능, 물체 인식, 얼굴 인식 등 기술까지 포함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장애자나 고령자 등 가정 내에서 자립 생활을 어시스트하는 생활 지원 로봇(HSR) 조기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히 로봇 개발에 그치지 않고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지난해 7월에는 복수의 연구기관 등과 제휴해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HSR 개발 커뮤니티`를 발족하기도 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로봇 회사로도 유명한 혼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ASIMO)`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아시모`는 Advanced Step in Innovative Mobility를 지향,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보행 로봇이다. 2000년 첫 번째 모델 후 10여년간 진화를 거듭했다. 올 뉴 아시모는 따로 조작하는 사람 없이도 계속 움직일 수 있고 세계 최초로 적용된 자율 행동 제어기술을 통해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 외에도 혼다는 다양한 규모의 작업을 돕는 `로봇 팔(Robot arm)`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인간 보행 및 이동에도 도움을 주는 혁신 로보틱스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다리 근육을 보조해 걸음이 불편한 사람 보행을 돕는 `보행 보조 장치`와 체중 일부분을 로봇이 부담해 보행을 돕는 `체중 보조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좁은 공간과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빠르고 쉽게 움직일 수 있는 1인용 이동수단 `유니-커브(UNI-CUB), 전 방향으로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한 1바퀴 구동의 소형 모빌리티 제품 `U3-X` 등도 바로 아시모 연구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보행 및 밸런스 기술을 통해 탄생된 결과물이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