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독 성분 이용해 백신 만든다...약효 좋고 보조물질도 필요없어

자생 말벌의 독 성분을 이용한 동물용 사균백신 제조법이 개발됐다. 화학약품 대신 천연물질인 말벌 독을 사용하기 때문에 백신 생존율이 높고, 면역증강제 등 보조물질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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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물자원관은 7일 자생 말벌과 땅벌의 독(毒) 성분을 이용한 동물용 사균백신 제조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균백신(불활화 백신)은 장티푸스, 백일해 등 병원성 원인균을 포르말린·페놀 등 화학약품으로 사멸시켜 제조한다. 생물자원관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사균백신 균 사멸 과정에서 화학약품 대신 천연물질인 말벌의 독 성분 마스토파란(Mastoparan-V1)을 이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상용되고 있는 사균백신은 포르말린·페놀류 등 화학약품으로 해당 병원체를 사멸시켜 제조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항원 단백질의 물리·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면역 반응이 낮아져 면역 증강제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또 제조과정에서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등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생물자원관 연구진은 허진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말벌 독(마스토파란)을 이용한 살모넬라 사균백신을 제조하고, 이에 관한 동물 실험을 올해 4월부터 4개월간 실시했다.

말벌 독(마스토파란-V1)을 이용한 사균백신 제조기술 개요. [자료:환경부]
말벌 독(마스토파란-V1)을 이용한 사균백신 제조기술 개요. [자료:환경부]

그 결과 마스토파란을 이용한 사균백신을 구강에 접종한 동물군은 4주 후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동물군에 비해 항체가 3~6배 증가하고, 면역 물질이 3~4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사균백신이 보통 병원균(살모넬라균)에 대해 50% 미만의 생존율을 보인 데에 반해, 말벌 독을 이용한 사균백신은 60~80% 이상 생존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토파란을 이용한 백신은 기존의 백신과 달리 항원 단백질의 물리·화학적 특성이 유지돼 접종 후 면역 물질이 더 많이 나타나 면역 증강제가 불필요하고, 생존율 또한 높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연구진은 마스토파란을 이용한 사균백신이 살모넬라균 외에 포도상구균 등 다른 병원균에 대해서도 같은 항원·항균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고, 향후 또 다른 백신 제조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백운석 생물자원관장은 “이번에 확인된 결과를 바탕으로, 먼저 가금티푸스 동물용 사균백신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지 검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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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자원관은 `동물용 사균백신 제조법 활용 특허`를 지난달 출원했으며, 사균백신 제조 활용을 위해 동물의약품회사와 후속 연구를 협의 중이다. 생물자원관 연구진은 마스토파란의 항균효능 실험 결과를 과학기술 분야의 `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 논문 중 하나인 몰레큘스 4월 19일자에 게재했다.

생물자원관은 2015년부터 무척추동물(말벌, 거미 등)이 가지고 있는 독의 유용성에 주목하고, 백신 개발과 같이 생물자원의 활용가치 증대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