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2-人]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 "질문하는 인간이 미래형 인재"

[창간 34주년 특집2-人]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 "질문하는 인간이 미래형 인재"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막연하다. 다가오지 않은 일을 미리 내다보고 준비하는 일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 예측은 어려울수록 중요하다.

현재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등 새로운 산업이 기존 첨단산업을 대체하는 시대적 전환기다. 그 어느 때보다 다가올 미래를 미리 예측하고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자보다 늦으면 기회를 영영 뺏긴다. 국내 유수 기업이 신성장동력을 찾아 플랫폼, 산업표준을 선점하려고 혈안이 된 이유다.

전자신문은 창간 34주년을 맞아 가까운 미래에 `통할` 인재상을 전망하기 위해 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광형 원장(바이오 및 뇌공학과 석좌교수)은 2013년부터 KAIST에서 미래학 교육과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래전략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를 대비하는 계획수립을 학생들에게 전수 중이다. 2014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회 위원장, 올 1월부터는 제1대 미래학회 학회장을 겸임 중이다.

이 원장을 직접 만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왜 중요하고, 다가올 20~30년 내 한국사회가 겪을 산업적 혁신과 이에 맞는 인재상은 무엇인지 물었다.

[창간 34주년 특집2-人]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 "질문하는 인간이 미래형 인재"

-미래학이라니 생소하다. 미래학은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가.

▲쉽게 말해서 미래를 다루는 학문이다. 미래학은 크게 두 가지 과정으로 교육한다.

첫 번째는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론이다. 미래를 내다봐야 비전을 세울 수 있다. 미래 예측 방법론을 가르친다. 두 번째는 미래 전략 수립이다. 미래를 예측한 후, 이를 이용해 국가나 회사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는지가 중요하다. 예측에 바탕을 두고 미래 대비전략을 세우는 방법론을 가르친다.

미래를 예측할 때는 과거에 축적된 데이터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증권시장을 비롯한 각종 지표를 참고해 미래를 예측한다. 미래학은 최단 10년 이후를 보는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한다. 미래 예측을 하는 사람은 수학, 경제학, 산업공학 전공자가 주로 맡는다. 세부적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분야, 전공에 따라 다양하게 갈라진다.

-원래 전공은 미래학이 아닌 것으로 안다. 어떻게 미래학을 가르치게 된 것인가.

▲현재 KAIST 바이오 뇌공학과 소속이다. 2001년 만들어진 학과다. 과를 만들던 당시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인공지능을 가르치고 있었다. IT 산업이 향후 인공지능을 토대로 한 바이오 산업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공지능도 결국 사람 뇌를 모방하는 것인데, 뇌를 알지 못하면서 인공지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깨달아서다.

그 과정에서 미래학에도 관심이 생겼다. 미래 시점으로 시각을 바꾸니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 지 보였다. 처음에는 대학원을 만들지 못해 기존에 있던 대학원에서 미래학 강의를 개설, 시작하게 됐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왜 중요한가.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지금이 더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국가 문명사적 전환 추세가 거세다. 이 흐름을 따라가면서 국가 정책을 펴나가는 데에는 미래학이 필요하다. 수십년에 한 번씩 변하는 시대사조를 잘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흐름을 읽는 사람이 미래학자다.

산업사를 봐도 미래예측의 대가는 컸다. 에어버스와 보잉은 1990년대 중반 차세대 비행기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에어버스는 1인당 운임을 낮추려 대형화에 집중했고 보잉은 작고 빠른 기체를 연구했다. 그 이후 9·11테러와 유가 폭등으로 저렴한 항공권 수요가 늘었다. 에어버스 예상이 적중했다. 그 결과물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A380이다. 보잉은 중간에 기존 프로젝트를 폐기하고 뒤늦게 대형 항공기 개발에 나섰다. 그만큼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창간 34주년 특집2-人]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 "질문하는 인간이 미래형 인재"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미래에 `뜰` 산업은 무엇인가다. 앞으로 어떤 산업을 주목해야 하는가.

▲우리는 곧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다. 인공지능, 의료기기, 안전, 서비스업, 에너지-환경 분야를 주목해야 한다. 향후 수요가 크게 늘어날 분야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제조업이 서비스업으로 확장, 결합하는 일이 잦아질 것이다. 유니클로는 데이터센터에서 실시간으로 판매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다. 생산시기와 생산량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그 덕분에 재고물량을 최소화했다. 고도화된 물량 관리로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산업에 맞는 미래 인재상은 어떠한가.

▲질문하는 사람이다. 창의성의 다른 말이 질문이다. 질문으로 목표가 구체화된다. `호모 퀘스처너(Homo-questioner)`가 미래인재상과 부합한다. 질문하는 사람은 창의적일 수밖에 없다. 창조라는 것은 대상이 있어야 한다. 창의적이라는 것은 구체성이 있어야 대상이 생긴다. 막연한 개념만 얘기해서는 창조가 안 된다. 창조와 질문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다.

그래서 나는 창의적인 인간보다 한 단계 내려 질문하는 사람이 미래 인재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와 창의적 인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기존 제조산업이 데이터, 인공지능으로 재구성된다.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를 개발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인간의 역할은 상상하고 창조하는 일에 맞춰진다. 기존에 해왔던 반복적 업무를 모두 인공지능이 담당한다. 그래서 창의력이 미래 경쟁력이 된다.

창의력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구글, 페이스북만 봐도 그렇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 구체화돼 현재에 이르렀다.내가 `미존`이라는 강의를 진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존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수업이다. 강의에 들어가면 따로 커리큘럼이 없다. 시간 내내 학생들은 엉뚱한 상상을 발표한다. 시쳇말로 `헛소리`하는 것이다. 가령 로봇사회 헌법을 만들자. 영토 없이도 대한민국 안에 독립된 국가를 만들어보자 등등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그렇다면 미래에 특히 필요한 실무능력은 무엇인가.

▲코딩 기술을 꼽고 싶다. 코딩을 한다는 것은 기계어를 배운다는 것이다. 기계와의 소통능력이 왜 중요하냐면 기계 원리를 알아야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어서다. 컴퓨터 인공지능이 세상을 움직이는데 기계 원리를 모르면 새로운 사업도 펼칠 수가 없다. 미국 10대 회사를 꼽으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이베이, 오라클 이런 회사들이다. 이런 기업은 컴퓨터나 인공지능 기술이 뒷받침돼 만들어진 회사다. 창업자들은 코딩을 아는 사람이다. 결국 기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기계를 이해하는 사람을 쫓아오지 못하는 시대가 된다. 코딩은 미래에 더 큰 기회를 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창간 34주년 특집2-人]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 "질문하는 인간이 미래형 인재"

-미래형 인재를 키우려면 이들을 길러내는 교육시스템도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

▲우리가 여기까지 올라선 데에는 우리가 가진 교육 시스템, 대량교육, 주입식 교육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미래에는 그런 방식의 인재는 잘 맞지 않는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질문을 금기하는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모든 질문은 좋다. 나쁜 질문은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사소한 질문이라도 질문을 거쳐야만 목표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질문이 없으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질문해야 명확해진다.

-우리나라가 미래 산업에서 성공하려면.

▲사회를 바꾸는 7대 요소로 스텝퍼(STEPPER)가 꼽힌다. 사회, 기술, 환경, 인구, 정치, 경제, 자원을 말한다.

이 요소 중에 우리가 노력해서 가장 많이 바꿀 수 있는 것은 기술과 경제 정도다. 특히 기술은 노력에 비례해 바꿀 수 있다. 기술의 변화를 빠르게 좇으면서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