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 ‘밀정’은 김지운 감독과 ‘천만 배우’ 송강호ㆍ공유가 만나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두 배우만으로도 극이 가득차지만, 이들 외에도 굵직한 배우들이 특별출연 및 조연으로 참여해 극의 풍성함을 더한다. 물론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는 이도 있고, 못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도 있다. 특별출연한 이병헌, 박희순부터 조연을 맡은 엄태구, 신성록, 한지민까지 ‘밀정’에서의 활약을 이야기 해봤다.
◇ 이병헌
‘밀정’에서 이병헌은 ‘특별출연’했다. 하지만 그는 특별출연의 의미를 넘어섰다. 분량을 제외하고 존재감만으로 따지자면 송강호 다음으로 가장 큰 활약을 했다. 역할 자체가 큰데다가 존재감 역시 주연 못지않기 때문이다. 극중 의열단장 정채산 역을 맡은 그는 일본군인 이정출(송강호 분)에게 독립군을 도와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당당하게 하는 인물. 하지만 그의 묵직함 때문에 이 요구는 황당하기보다 기개 넘치는 모습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송강호와 공유와 삼자대면 하는 신을 통해 극중 가장 크게 웃음이 터져 나오는 장면을 만들었다.
◇ 박희순
박희순 역시 특별출연의 좋은 예시를 남겼다. 그는 초반에 극을 이끌며 크게 활약한다. 그가 맡은 의열단의 핵심세력이자 전설적인 인물인 김장옥은 과거 이정출과 함께 상해 임시정부 당시 함께 일했던 친구다. 때문에 일본군이 된 이정출에게 첫 딜레마가 되는 인물이다. 그는 신체 일부가 상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독립군의 모습을 우직하게 그려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밀정’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박희순은 엔터온뉴스에 “원래 송강호ㆍ공유ㆍ김지운 감독님 등과 친분이 있었다. 또한 김장옥 캐릭터가 임팩트가 있었다. 짧으면서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김장옥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출연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 엄태구
엄태구는 앞서 영화 ‘잉투기’ ‘차이나타운’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지만, 사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가장 덜 알려진 배우다. 하지만 ‘밀정’은 ‘엄태구의 발견’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 하다. 그는 송강호가 연기한 이정출의 라이벌인 일본군 하시모토 역을 맡았는데, 송강호와 계속 부딪쳐야 한다. 연기력으로 따라올 자가 없는 송강호 앞에서도 엄태구는 절대 밀리지 않고 긴장감을 확실하게 부여한다. 특히 특유의 쇳소리에서 풍겨져 나오는 독기어린 목소리가 극을 압도한다. 상대배우의 뺨을 때리는 신 또한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는다. 다른 쟁쟁한 선배 배우들 앞에서도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준 그의 앞으로의 행보를 충무로가 주목할 것임은 틀림없다.
◇ 신성록
신성록이 맡은 역할은 독립군의 자금책인 조회령이다. 김우진이 신뢰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극에서 나름대로 큰 역할이다. 하지만 중요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분량이 없어도 너무 없다. 때문에 그가 하는 행동에 대해 관객들은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한다. 앞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라이어게임’ 등에서 입체적이고 자신만의 강한 개성을 선보인 적 있는 배우이기에 그의 미미한 활약은 더욱 아쉽다. 배우 스스로도 아쉬울 만한 분량이다.
◇ 한지민
송강호는 앞서 “한지민이 맡은 역할은 비중과 상관없이 중요한 역할이었다. 내가 한지민을 고문하는 장면에서는 남다른 감정을 느꼈고 집중을 했다”라며 한지민의 소중함(?)에 대해 매번 이야기 했다. 송강호의 말대로 한지민은 홍일점에 이정출(송강호 분)에게 가장 큰 딜레마를 주는 인물이기 때문에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의열단장 정채산(이병헌 분)의 비서이자 핵심 여성 의열단원으로, 단아한 외면과 달리 누구보다 곧고 단단해 행동에도 거침이 없다. 실존인물을 모티프로 했기 때문에 요즘 말하는 ‘걸 크러쉬’라 불릴만한 멋진 여성 캐릭터가 될 뻔했다. 하지만 분량 자체가 많지 않아서인지 극의 중심에 들어가지 못하고 겉에 맴돈다. 특히 가운데 등장하는 노출신은 ‘왜’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수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당당한 의열단원을 노출하는 여성으로 소비한 게 아쉽다. 다만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한 한지민의 사격신이 그나마 그의 캐릭터를 살렸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