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31)하이퍼루프

[창간기획](31)하이퍼루프

지난 5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북부 사막에서 초고속 열차 `하이프루프 원(Hyperloop One)` 첫 공개 시험주행이 실시됐다. 테스트용으로 구축한 1㎞ 구간에서 열차는 약 1.1초 만에 시속 186㎞에 도달하며 세계인을 놀라겠다.

[창간기획](31)하이퍼루프

하이퍼루프(엘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창업자로 유명한 엘론 머스크가 지난 2013년 제안한 초고속 교통시스템이다. 공기저항이 없는 진공터널을 만들고 그 안으로 자기부상열차가 달리는 방식이다. 저항이 없기 때문에 열차임에도 여객기보다 빠른 음속에 가까운 속도를 낼 수 있다. 머스크는 최고 시속 1280㎞로 운행할 수 있고 최고 속도로 운행하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16분이면 돌파한다.

하이퍼루프를 제안할 당시 머스크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되기 위해 안전하고 빠르면서 비용이 저렴해야 한다고 했다. 또 날씨에 따라 운행이 지장을 받으면 안되고 지속적인 동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운행 경로에 있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밝혔다. 그리고 하이퍼루프가 이런 조건들을 모두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창간기획](31)하이퍼루프

물론 좀 더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나,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최고 시속 1280㎞에 달하는 초고속으로 달리는 만큼 사고 발생시 대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진공 구간을(완전 진공이든, 부분 진공이든) 달리는 데 따른 인체 영향 등에 대한 안전성 입증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하이퍼루프 교통 시스템은 획기적인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머스크가 하이퍼루프를 제안한 이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개발에 뛰어들었다. 당초 머스크가 제안했을 때는 하이퍼루프가 자가 발전 시스템을 갖추고 태양광 에너지로 운행에 쓰는 에너지를 조달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현재 하이퍼루프 개발은 대부분 진공터널과 이 안을 운행하는 열차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하이퍼루프 연구 중 하나인 하이퍼루프 원의 지난 5월 시험주행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시험주행에서는 진공 시스템을 제외하고 추진 시스템만 점검했다. 그리고 시험주행 결과 출발 1.1초 후 187㎞ 속도를 달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하이퍼루프 원은 연말까지 전체 시스템을 갖추고 시험주행을 다시 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시험주행 이후 변수가 발생했다. 하이퍼루프 원 내부적인 경영권 분쟁과 이로 인한 소송전에 휩싸이면서 지속적인 하이퍼루프 개발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이퍼루프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추진하는 `유루프(U-Loop) 프로젝트`다. 기계 및 원자력공학, 전기전자컴퓨터공학, 디자인 및 인간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진 교수들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5년간 연구할 계획이다.

한국형 하이퍼루프 연구를 성공시키기 위해 UNIST는 한국기계연구원과 초고속 운송수단 공동 연구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는 등 관련 기관과 연구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무영 UNIST 총장은 “기계연과 공동 연구로 하이퍼루프 핵심 요소기술 연구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며 “양 기관이 협력해 세계 초고속 운송수단을 선도할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도 전라남도, 경상북도와 협약을 맺고 하이퍼루프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머스크가 하이퍼루프를 제안하기 이전에 이미 등장한 한국형 기술도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 2011년 진공튜브열차를 52분의 1 크기 모형으로 만들어 최고 속도 시속 700㎞까지 달리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이 기술도 하이퍼루프와 마찬가지로 진공을 이용해 저항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다양한 한국형 하이퍼루프 연구가 진행되면서 체계적인 투자와 지원이 뒷받침되면 하이퍼루프 기술 개발을 한국이 주도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