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 사재 출연을 포함해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됐다. 이번 긴급자금이 투입되면 해상에서 떠도는 화물 문제 해소에 어느 정도 물꼬를 틀 전망이다.
물론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정상화에는 거리가 있다. 지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고 지원 대상도 화물하역 정상화에 맞춰져 있다 보니 물류대란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여기에 해외 선주, 화주로부터 제기되는 소송액은 수조원이 예상돼 산 넘어 산이다
더욱이 채권단과 줄다리기 끝에 법정관리 기업이 지원책을 내놓고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을 떠안으라는 요구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런 논의에서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법원이 배제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번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은 원칙을 잃은 꼴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제20차 재정전략협의회에서 “글로벌 시장 불안은 지속되고 있고 수출 둔화에 따른 성장률 저하,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 증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밝혔다.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구조조정 지원, 일자리 창출 등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경제의 최대 화두인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회의 성격을 감안하면 일말 이해가 되지만 아쉬움은 떨칠 수가 없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한진그룹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채권단 간 소통이 부족했고, 화물 선적 등 전혀 대책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책임이 한진해운보다 작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후 파장을 전혀 예상 못해 `물류 대란`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부실 업종 구조조정은 이미 연초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수출 주력산업이 힘을 잃은 상태에서 구조조정 등 산업구조 개혁은 피할 수 없는 당면 과제다. 해운 구조조정은 정부가 산업구조 개혁을 제대로 준비하고 실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잣대와 다름없다.
이번 한진해운 사태에서 보이는 것은 금융위뿐이다.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는 보이지 않았다. 부처 간 업무 조정과 협의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는 얘기다. 부처 간 업무 조정과 협의는 경제부총리의 몫이다. 유 부총리가 전면에 나서서 사태 해결에 몸을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