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국 IT 기업 텐센트가 핀란드 모바일 게임사 `슈퍼셀`을 10조원에 인수했다. 텐센트는 기존 슈퍼셀 지분 73%를 보유하고 있던 일본 소프트뱅크와 슈퍼셀의 전·현직 임직원 지분 등 총 84.3%를 확보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고 6월 21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슈퍼셀은 `클래시 오브 클랜` 개발사. 이 게임 하나만으로 13억5000만 달러 매출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는 슈퍼셀 인수를 통해 PC와 모바일 모두 명실상부 세계 1위 게임사로 성장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7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홀딩스를 약 35조원 현금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유럽 하이테크 사상 최대 인수합병(M&A) 금액이다. 암은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다. 저전력 반도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반도체를 설계하지만 직접 생산은 하지 않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사물인터넷(IoT) 패권을 쥐기 위해 암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텐센트와 소프트뱅크의 인수합병(M&A) 사례는 세계 시장 경쟁에 영토가 없음을 보여준다. 제조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이제 소프트파워를 넘보고 있으며, 통신 회사는 사물인터넷 중심에 서기 위해 사업 영역을 뛰어 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은 융·복합 시대에 대응하고, 혁신을 위해 M&A를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 이름은 찾기 어렵다.
이는 중국과 비교해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낸 `중국의 공급개혁과 M&A 활성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M&A 거래 규모는 2008년 1000억달러에서 2015년 2700억달러로 급증했다. 반면 한국 기업 M&A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큰 변화가 없다 2015년 700억달러로 증가했다. 중국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해외 기업 M&A 건수도 2016년 상반기 중국은 225건인 데 반해 한국은 32건에 그쳤다. 중국의 한국 기업 사냥도 거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인수한 사례가 33건으로 전년보다 3배 증가했고, 거래 규모는 128% 늘어난 19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중국 기업이 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주목할 대목은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는데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3년 설립된 중국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가 관리하는 중앙기업 수는 최초 189개에서 지난 5월 106개로 감소했다. 불필요한 경쟁을 지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챔피언` 기업으로 만들려는 전략의 결과다.
김윤경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세계시장에서의 중국 기업 간 과다한 경쟁을 방지하고, 하나의 중국 대표기업을 내세워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영기업 합병으로 탄생한 기업은 매출과 자산 규모에 있어서 세계 최상위권으로 올라섰다. 거대해진 기업은 다시 자금력을 이용해 해외 대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우리 기업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M&A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선제 조건으로 국내 기업 규모화를 저해하는 규제 등의 철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대기업 공공정보화 사업 참여 제한은 소프트웨어 기업 간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 규모 확대 의지를 저해했다고 꼬집었다. 또 셧다운제는 국내 게임 내수 시장을 축소시켜 국내 게임 업계의 중국 자본 의존성을 높이는 대표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M&A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실리 위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은미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시장 진출 과정에 필요 전략의 하나로 중국과의 M&A를 고려할 수 있다”며 “우리 기업의 고유 경영 기반은 유지할 수 있는 실리 중심의 M&A전략 수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