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리우 올림픽과 이동통신 산업

[기고]리우 올림픽과 이동통신 산업

올림픽에 스포츠 경쟁만 있는 것은 아니다. 4년마다 세계 각국의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선보이는 전시장이기도 하다. 공정한 경기 진행을 위한 계측과 판정 관련 첨단 기기, 선수가 최상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장비 및 훈련시스템에서 다양한 ICT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브라질 리우 올림픽도 첨단 ICT가 빛을 발했다. 특히 스포츠 강국은 선수 성적 향상과 한계 극복을 위해 유니폼과 장비에 첨단 과학 기술을 도입했다.

양궁이 대표 사례다. 우리나라는 선수의 땀과 노력에 ICT를 더해 양궁 남녀 개인·단체전 전 종목 석권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활 내부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활 비파괴 검사`, 선수 손에 꼭 맞는 `3D 스캔 맞춤형 손잡이` 등 ICT는 선수 기록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이제는 선수 실력만으로 세계 최고가 되기 어렵다. 오랜 기간 세계 1위 자리에 있는 양궁 등 경쟁력 있는 스포츠 종목을 살펴보면 선수가 최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개발과 이를 위한 아낌없는 투자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우수한 이동통신망을 보유했다. 지하철에서도 고화질 동영상을 볼 수 있을 정도다. 그 바탕에는 `세계 최고 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한 통신업계의 과감한 투자와 기술 연구가 있었다.

미국 통신 전문 매체 라이트리딩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0% 이상이 `5세대 이동통신서비스(5G) 상용화를 가장 먼저 실시할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5G는 최대 전송 속도가 20Gbps로, 모든 사물이 연결될 수 있는 초연결 서비스를 말한다. 초고화질(UHD) 방송,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운행 정보 등 대용량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강력한 통신 인프라다.

통신업계가 포화 상태인 내수시장과 매출 감소로 성장이 정체됐다는 우려가 크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홈, 플랫폼 사업, 미디어 사업 등 신규 사업은 산적해 있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통신업계의 성장 정체는 곧 ICT 인프라 투자 감소로 이어진다. 네트워크 장비업체, 제조사, ICT 중소기업 등 연관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통신 산업도 전기, 도로, 철도 같은 기본 인프라 산업으로 바라봐야 할 시기다. 전체 산업 판을 키우고 틀을 잡는 도구로 통신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ICT 산업의 토양과 뿌리가 되어 온 통신 산업이 흔들리면 제조사, 게임업체, 온라인 포털, 플랫폼 사업자 등 연관 산업이 침체될 수밖에 없다.

세계이동통신협회(GSMA)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 위기로 유럽 이통사들은 설비투자(CAPEX)를 대폭 줄였다. 네트워크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는 유럽 디지털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3월 대규모 경기 부양 계획 `융커플랜`을 통해 교통, 통신 등 인프라 투자에 나섰으나 뒤처진 ICT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5G 서비스를 선보일 평창 동계올림픽이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유럽의 교훈에서 보듯 소극적 네트워크 투자는 디지털 경쟁력 약화와 ICT 연관 산업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투자 환경 조성과 제도 지원 적극 전개로 ICT 생태계를 견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통신 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은 장기 시각에서 산업 진흥에 초점을 둔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통신 산업이 세계 최고를 유지하고 ICT 산업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통신 산업에 대한 전폭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봉하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 rhabon@ktoa.or.kr

etnews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