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300㎜ 웨이퍼 공장에서 처음으로 비(非)메모리 반도체를 양산한다.
그동안 300㎜ 공장에서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만 생산해 왔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200㎜ 공장에서 양산했다. 200㎜에서 300㎜로 전환되면 웨이퍼당 칩 생산량은 50% 증가한다. 하이닉스가 비메모리 사업 강화에 본격 나선 것이어서 시장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1300만화소 CMOS이미지센서(CIS)를 경기도 이천 본사 소재 300㎜ 웨이퍼 공장인 M10에서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핵심 인력 중심으로 장비 설치 등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이천 M10에서 양산되는 첫 비메모리 반도체는 1300만화소 CIS다.
SK하이닉스가 200㎜ 웨이퍼 공장인 청주 M8에서 양산해 온 비메모리를 300㎜ 이천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은 채산성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1300만화소 CIS는 칩(Die) 면적이 커 200㎜ 웨이퍼 공장에서 생산하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내년 양산`이 목표지만 개발 혹은 영업 활동에 따라 시기는 조정될 수 있다. 초기 생산량은 부담 없는 수준으로 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CIS 전문 시장조사 업체 테크노리서치시스템즈(TSR)는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월 4000장 정도를 예상했다.
M10은 D램을 기준으로 보면 월 웨이퍼 투입량이 약 14만장이다. 전체 생산 용량 3%가 채 안 된다.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아닌 품목을 300㎜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이천 신공장인 M14를 가동한 이후 M10 용도를 고민해 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300㎜ 공장 활용은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것이어서 초기 생산량이 크지 않더라도 시사점이 크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2004년 시스템반도체 사업부를 매그나칩반도체로 분리, 독립시킬 당시 3년 동안 경쟁 업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계약했다. 이 계약 기한이 끝난 2007년 10월 CIS를 시작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재진출했다. 이듬해 CIS 팹리스 업체인 실리콘화일을 인수, 사업을 본격화했다. 실리콘화일은 SK의 하이닉스 인수 후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500만화소 이하 저가 CIS를 주로 PC 제조사, 스마트폰 완성품 고객사에 공급해 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저가 제품 출하 비중은 점차 줄이는 대신 800만화소 비중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화웨이, LG전자, 기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중보급형 스마트폰에 SK하이닉스의 800만화소 CIS를 구매한다. 최근에는 관련 인력 채용도 늘리고 있다.
300㎜ 공장을 본격 활용할 경우 SK하이닉스가 공략하는 CIS 응용 시장은 PC 및 스마트폰에서 감시카메라, 자동차 분야로 넓어질 전망이다.
TSR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CIS 시장 매출액 규모는 91억6200만달러 수준이다. 이 시장 1위 업체는 소니(44.8%)다. 삼성전자(16.5%)와 옴니비젼(13.2%)이 그 뒤를 따른다. SK하이닉스는 온세미(앱티나 인수, 6.1%), 캐논(5.3%)에 이어 3.7% 점유율로 업계 6위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