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 <129>양극화와 국제화(1)

[이강태의 IT경영 한수] <129>양극화와 국제화(1)

최근에 학교 강의를 준비하다가 우연히 20년 전 자료를 볼 기회가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때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의 주요 특성으로 이미 양극화(Bipolarization)와 국제화(Globalization)를 꼽고 있었다. 피터 드러커 교수가 주장한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지금 세계 경제의 보편적 현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양극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양극화와 국제화가 세계적인 현상이 됐고,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동안 경제가 많이 발전했지만 경제 발전 혜택이 전체에게 골고루 주어지기보다는 특정 계층에 집중적으로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양극화 현상은 왜 발생했고, 양극화 정도는 왜 더 심해지고 있는가. 왜 돈 있는 사람들은 돈을 더 많이 벌고, 돈이 없는 사람은 점점 더 없게 되는 것일까. 왜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의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는가.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가, 변호사, 의사, 예술가, 스포츠 선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남다르게 유독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수입은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수십배, 수백배에 이른다. 그러니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전에도 사람 사는 곳에 빈부의 격차는 항상 있어 왔지만 요즈음처럼 철저하게 빈익빈 부익부로 양극화되면서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서이다. 예전에 귀족과 평민, 양반과 상놈의 차별은 있었지만 그들이 얼마나 어떻게 잘사는지 잘 몰랐다. 아예 꿈도 꾸지 않고 포기하고 살았으니 배 아플 일도 없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그들이 얼마나 벌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리 모두가 다 안다. 그들이 또 자랑도 하고 과시도 한다. 그러니 배가 더 아프지 않겠는가.

경제 주체를 통상 정부, 기업, 가계로 나눈다. 국민총생산(GNP)도 이들 주체의 생산 활동 총합이다. GNP가 늘고 있지 않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계 부문의 감소가 뚜렷하다. 1997년 가계 비중은 71%였지만 최근에 62%로 낮아졌다. 게다가 가계 부채가 1200조원을 육박하고 있다. 가계 수입이 정체되고 있고, 그래서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는 것이다. 가계 수입 부실은 결국 정부 수입 부실로 이어진다. 세금이 제대로 안 걷히기 때문이다. 표를 먹고 사는 정부는 경기도 부양시켜야 하고 복지도 늘려야 하고, 그러다 보니 정부도 빚을 내지 않을 수 없다. 이론적으로는 부자 증세를 하거나 법인세를 올리거나 임금을 올려서 가계를 지원해야 하는데 그러면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기 때문에 또다시 가계를 위축시키게 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월급쟁이들이 월급은 안 오르는데 비싼 주거비, 교육비, 식비에 허덕이다 보니 결국 외벌이로는 먹고살기 힘들게 됐다. 그래서 집에 있던 여성 인력이 대거 사회로 진출하게 됐다. 모두 맞벌이 가정이 된 것이다. 함께 벌지 않으면 가계를 유지하고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직장 여성은 애 키우기가 쉽지 않다. 하나 낳아서 키우기에도 허덕거린다. 그러니 출산율이 떨어진다. 이는 곧 국내 시장 축소와 인구 노령화를 부르고, 다시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국제화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요즈음 4차 산업혁명이 대세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같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이 팝콘 터지듯 일시에 터지면서 우리 생활 전반을 바꾸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인류는 1, 2,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놀라운 생산성 향상을 보여 주었다. 생산성 증가에 따라 기업 규모가 커졌고, 이들은 더 넓은 시장을 원했다. 이 때문에 국제화가 더 빠른 속도로 진전한 것이다. 지금 양극화가 국제화를 부르고, 국제화가 다시 양극화를 키우는 순환 고리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은 양극화 해소부터 시작해야 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