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1990년대 후반의 애플 적자는 10억달러가 넘었다. 잡스는 애플 조직을 대개편했다. 애플의 가장 큰 성공 배경은 디자인팀의 재발견이다. 잡스는 디자인팀을 애플 최고 조직으로 격상시키는 모험을 시도했다.
당시 정보기술(IT) 제품의 경쟁력은 기능이었다. 제품을 완성하고 나서 디자인을 입히는 것이 관례였다. 잡스는 `디자인이 곧 제품`이라는 경영 철학에 따라 디자인에 집중했다. 헛수고라는 비판은 듣지 않았다. 전략은 통했다. 애플은 딱딱하다는 이미지가 강한 IT 기기 이미지를 완전히 전환시켰다. 감성이 있는 애플의 독자 세계를 구축했다.
시도가 없으면 성공도 없다. 잡스가 `그렇게 해도 안 된다`는 다른 이의 말을 따랐다면 현재 애플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시도가 성공할지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적어도 무언가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성공 확률은 반반이다.
케이블TV 산업이 위기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만 IPTV에 밀리고 있다. 케이블TV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어렵다는 말만 한다. 케이블TV만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안하면 안 된다는 이유 수십 개가 바로 따라붙는다. 업계가 투자나 신사업 계획을 밝힌 것은 먼 옛날이다.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놓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정부가 유료방송 발전 방안을 고민하지만 케이블TV만을 위한 정책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사업자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먼저다.
IPTV는 콘텐츠 강화와 더불어 신서비스를 지속 출시한다. 케이블TV만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실행해야 하는 시점이다. 안 된다는 무력감보다 일단 시도해 보자는 의지와 실천력이 필요하다. 케이블TV만의 경쟁력인 지역채널 강화나 디지털 전환 등이 요구된다.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케이블TV 업계의 맏형 CJ헬로비전이 투자를 재개했다. 기가망 커버리지, 사물인터넷(IoT) 등을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중단한 투자를 예년 규모로 끌어올린다. 인수합병(M&A) 후유증을 털어내고 1위 사업자로 다시 우뚝 서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런 반가운 뉴스를 나머지 케이블TV 사업자에게서도 듣고 싶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