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여당 국회의원 주최로 창조경제 지속 발전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플래카드에는 커다랗게 자신의 이름을 새겨놨지만 개회사와 여러 의원들의 축사가 끝난 후 그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인천에서 여의도까지 아침 일찍 먼 길을 와 준 자신의 지역 구민들과 한 명 한 명 악수를 나누고 나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한 교수는 “오늘 발표를 국회의원들이 듣길 바라고 왔다”면서 “그런데 의원들은 다 가고 주민들만 남아 계십니다”라며 허탈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의원이 한 시간 반 후 마지막 토론자가 발표할 때쯤 돌아온 것이었다.
보통 국회의원 주최의 토론회, 공청회가 열리면 의원들은 개회사와 축사만 하고 자리를 뜬다.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정책이나 현황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끝까지 앉아 있는 의원은 보기 드물다.
얼마 전 또 다른 토론회에 갔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의원을 봤다. 오세정 의원이었다. 오 의원 주최의 토론회도 아니었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이 `연구비의 빚과 그림자`라는 주제로 연 정책토론회였다. 현장의 문제점을 들으러 왔다는 의원은 중간에 나갈 것이란 기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끝까지 경청, 기념사진까지 함께 찍고 돌아갔다. 오 의원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출신으로, 올해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의 태도에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애정과 초선 의원의 열정이 묻어 나왔다.
국회의원은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그저 그런 `정치꾼`에 불과하다. 입법 활동에서 보좌관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이 전문성을 갖추려면 전문가 집단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스스로도 공부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토론회에 끝까지 앉아 있는 국회의원을 더 많이 보고 싶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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