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3당 대표를 만났다. 지난 4·13 총선으로 여소야대 정국 이후 박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와는 한 번 만났지만 당 대표와 만난 것은 처음이다. 국회와 협치를 강조해온 박 대통령으로선 오래 전에 가졌어야 할 일이 자꾸만 늦어졌다.
총선 뒤 정국은 긴박하고 복잡하게 꼬였다. 20대 국회가 출범하고 나서 연이어 터진 서별관 청문회, 우병우 수석 논란, 사드 논쟁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문제가 없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 이은 5차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 위기 시계를 끝으로 돌려놓았다.
올해 들어 박 대통령은 사실상 한반도 문제에 매달렸다. 그렇다고 북한이 계속 자멸에 가까운 자충수를 두는 상황에서 국면을 풀어 나갈 뚜렷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사드 배치로 인한 내부 국론 분열 양상과 중국과의 외교 긴장감 고조 등 출발점은 하나인데 명쾌한 해결 방안을 우리가 갖지도, 만들어 내지도 못하는 지리한 상황이 계속됐다.
국민들은 지난 9일 대통령이 조용히 조기 귀국하던 표정을 생생히 기억한다. 러시아, 중국, 라오스를 잇따라 방문해 한반도를 둘러싼 4강 정상과 연쇄 정상회담을 갖고도 명확한 답을 못 받고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던 표정이 모든 답답함을 말해 준다.
이제 이런 답답함을 국회와 함께 하나하나 풀어 나가야 한다. 여야, 청와대의 지혜가 모아지고 국민의 뜻이 담겨야만 어떤 조치든 신뢰와 힘을 갖는다. 박 대통령이 혼자서 힘겨운 싸움을 하는 것보다는 여야가 지혜를 모으고 대처법을 찾는다면 훨씬 강력한 대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경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어려울수록 국민 동의와 합의가 중요하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과 일자리 감소가 현실화되는 만큼 국민 위로와 정부 대책이 함께 가야 한다.
안보와 경제는 우리나라 운명의 두 바퀴다. 이를 굴리려면 청와대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여야가 공감하고 청와대가 앞에서 끈다면 이 두 바퀴는 수렁에 빠져도 앞으로 굴러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