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태상호 기자의 작품 속 무기] 밀정을 위한 밀정에 의한 영화 ‘밀정’

밀정 포스터
밀정 포스터

[엔터온뉴스 대중문화부] 한국 영화계에선 의외로 간자 혹은 밀정이라고 불리는 캐릭터가 인기가 없었다. 간자와 밀정은 배신의 아이콘 같은 의미로 여겨져 왔고 이런 성향이 바닥에 깔려 있어서였는지, 조직폭력배 보다 인기 없는 캐릭터가 바로 밀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을 깨고 아주 볼만한 밀정에 대한 영화가 나왔다. 처음 ‘밀정’이 개봉되었을 당시 필자는 ‘암살’과 ‘덕혜옹주’의 계보를 잊는 또 하나의 역사판타지물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크린을 통해 본 ‘밀정’은 현재까지 본 한국영화의 스파이물 중에 가장 잘된 영화로 손꼽을 만 했다.



영화의 모티브는 1923년에 벌어진 실제 사건이었던 의열단과 황옥 경부사건이다.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 처리가 되었고 실제 사건 역시 각색되었지만 독립투쟁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2중 스파이 사건을 영화는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가고 있다.

출연 배우들 역시 송강호, 공유, 한지민 등 기존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위에 하시모토 역의 엄태구와 특별출연한 이병헌, 박희순 등도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영화 ‘암살’이 시원한 액션신이 주가 되었다면 영화 ‘밀정’은 쫓고 쫓기는 긴장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총격신이나 액션신이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지만 총성과 폭발음은 최근 한국 영화가 그렇듯 많이 발전을 한 것을 볼 수 있고 감독과 총기고증 관계자가 영화의 작은 디테일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M1910 권총과 각종 총기들을 사용하고 있는 일본 경찰들
M1910 권총과 각종 총기들을 사용하고 있는 일본 경찰들

‘밀정’에서는 크게 2종류의 총기가 나온다. 일본경찰과 독립군은 주로 권총을 사용하고 일본군 헌병은 소총을 사용한다. 주인공인 밀정들이 사용하는 총기들은 브라우닝 M1910과 루거 P-08을 주로 사용하며 콜트모델 1903도 간혹 모습을 보이는 거 같다.

브라우닝 M1910
브라우닝 M1910

특히 브라우닝 M1910은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의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를 암살할 때 사용해 제1차 대전의 불을 지핀 권총으로도 유명하다. 천재 총기설계가 존브라우닝이 설계하고 FN에서 제작한 이 총기는 미려한 외관으로 인해 1910년부터 1983년까지 여러 사용자들의 손에서 사용되었다. 일본군 역시 장교들의 경우 자비로 이 권총을 구매해 사용했으며 일본 경찰 간부들 역시 사용했다. M1910의 이전 모델인 M1900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을 당시 사용하기도 했다. 당시에 가장 신뢰성이 있고 첨단 자동권총이었지만 장탄수는 6발이었고 탄을 다 소모하면 탄창교환이 현재의 자동권총 만큼 쉽지 않았다. 이 점은 영화에서도 잘 들어난다.

루거 P-08은 2차대전 당시 독일군 장교의 권총으로 유명하다. 이 총 역시 미려한 외관으로 인해 2차 대전 당시 미군이 가장 선호하는 전리품 중에 하나였으며 1904년에 생산이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여러 회사를 통해 생산이 되는 총기이다. 8발이 탄창에 수납되며 명중률이 좋고 정밀하지만 작동하는 부품들이 많이 기능고장이나 문제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총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당시 일본 군경의 주력 권총들은 다음과 같다.

메이지 26형 리볼버
메이지 26형 리볼버

9mm 메이지탄을 사용하는 리볼버식 권총으로 러일전쟁부터 2차대전까지 쓰인 권총이다. 더블액션으로 방아쇠감이 나쁘며 정확한 조준을 하기 힘든 총기이다. 후에 남부 권총으로 자리를 물려주었으나 남부 권총 역시 신뢰성이 좋지 않아 대전 기간 동안 일본 군경에 의해 널리 사용되었다.

남부14식 권총
남부14식 권총

기지로 남부 장군이 디자인한 자동 권총들로 A형, B형 그리고 남부14식 권총이 있다. 코시가와 조병창, 도쿄포병창 등지에서 제작된 자동권총으로 등장했을 때 당시부터 심지어 일본군 내부에서 조차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총기였다. 1909년에 변형된 A형이 일본군 해군에 풀리면서 여러 가지 변형 총기들이 일본 군경에서 1945년까지 사용되었다.

[ON+태상호 기자의 작품 속 무기] 밀정을 위한 밀정에 의한 영화 ‘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