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 리틀코리아 베트남을 가다<2>한국 ITS 기술, 호찌민 아스팔트를 녹이다

베트남은 오토바이의 도시다. 서민 90%가 오토바이로 출퇴근한다. 그러다보니 선진화된 교통 시스템이 전무하고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수시로 발생한다. 교통을 통제할 시스템도 전무하다.

그런 베트남에 새로운 고속도로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이 순수 한국 기술로 구축됐다. 수출입은행이 3000만달러 공적자금을 투입한 `호찌민~쭝르엉 고속도로 ITS`가 삼성SDS와 동성중공업, 대영유비텍 등 토종 기술력으로 구축됐다.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호찌민∼쭝르엉 고속도로 ITS센터 상황실에서 운영자들이 교통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호찌민(베트남)=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호찌민∼쭝르엉 고속도로 ITS센터 상황실에서 운영자들이 교통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호찌민(베트남)=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베트남이 도로 분야에 ITS를 도입한 최초 사례다. 신설되는 고속도로에도 확산이 기대된다. 특히 이 고속도로는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 첫 번째로 건설됐다. 베트남 정부는 원활한 교통 흐름, 안전, 운전자의 편의성 향상을 위해 고속도로 ITS 프로젝트를 대거 추진할 계획이다. 그렇다 보니 ITS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 간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유럽 등 교통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도로를 편리하게 이용·관리하고, 안전성을 강화하는 교통 분야 미래 지향형 첨단 성장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들 선진국은 베트남 ITS 시장에 진출하려는 경쟁을 이미 시작했다. 지난 2014년부터 일본국제협력기구(JICA)가 베트남 ITS표준화 작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호찌민~쭝르엉 고속도로 ITS사업은 한국이 베트남에 첫 ITS센터를 구축하는 의미 있는 사업인 동시에 국내 교통 인프라를 해외에 적용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호찌민∼쭝르엉 고속도로 ITS센터 상황실에서 운영자들이 교통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호찌민(베트남)=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호찌민∼쭝르엉 고속도로 ITS센터 상황실에서 운영자들이 교통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호찌민(베트남)=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호찌민시에서 약 40분을 달려 도착한 교통관리시스템센터는 차량검지시스템(VDS)과 CCTV로 교통정보와 영상정보를 수집, 전송하고 이를 통해 교통을 관제하는 중추 역할을 한다. 수집된 교통정보는 센터 운영 소프트웨어로 가공 처리되며 운영자 및 운전자를 위한 교통정보로 새롭게 만들어진다. 생성된 교통정보는 교통관리시스템(TSM)을 통해 도로 이용자에게 즉시 제공되는 구조다.

이 TSM은 삼성SDS, 한일에스티엠 등 순수 토종 기술로 구현됐다.

VDS 30대, CCTV 38대, 도로전광표지판(VMS) 14대 등 현장시스템과 52개소에 달하는 토목구조물과 전기설비, 81㎞ 길이의 광케이블 및 통신관로, TMS 운영 소프트웨어, 교육훈련 및 기술 이전까지 최첨단 교통관리 인프라를 국내 기술로 적용했다.

센터 내 교통관제시스템이 위용을 자랑하며 가동 중이었다.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교통정보를 제공한다. 상황판에 사고정보나 비상 상황 등에 대비한 즉각 대응체계를 공유하는 인프라도 가동된다. 이 시스템은 2년여의 유지보수를 거쳐 지난해 10월에 구축했고 올해 12월에 최종 완료된다.

신용갑 한일에스티엠 대표는 “베트남 ITS사업에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삼성SDS와 수출입은행 등이 협력해 수주한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 간 분업이 잘 이뤄져 진행됐다. 교통정보와 수집 제공 등은 한일에스티엠, 센터 건물 구축은 동성중공업, ITS 구축은 삼성SDS, VDS와 CCTV 등 현장장비는 휴엔에스, 전광판은 싸인텔레콤, 센터 내 SW와 애플리케이션은 유티정보기술이 각각 구축했다.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구축에도 한국기업 10여 곳이 참여해 협업했다.

참여기업 관계자는 “국내 협력사와 함께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베트남뿐만 아니라 해외 ITS사업에도 공동 참여를 모색 중”이라며 “향후 호찌민과 하노이를 잇는 다양한 도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베트남 ITS사업 전망이 매우 밝다”고 설명했다.

한일에스티엠 등 중소기업은 ITS 구축 초기 단계부터 삼성SDS으로부터 기술을 지원받고 현장시스템 구축은 물론 통신, 구조물 설비 등에서 2년간 협력관계를 맺어온 것이 시너지로 발현됐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상당수 한국 기업은 호찌민~쭝르엉뿐만 아니라 국도와 다낭 등 여러 ITS 교통사업 참여를 시도하고 있다.

신용갑 대표는 “명함 하나만 갖고 베트남 정부 기관을 수차례 찾아갔지만, 만나기조차 힘들었다”며 “삼성SDS와 동반 협력해 이제 실적도 쌓여 유사사업 접근이 용이해졌다”고 설명했다.

ITS가 고속도로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도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포화상태인 한국 시장을 넘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뜨거운 베트남 도로에 한국 ITS를 접목하기 위해 모인 한국 기업들. 이미 갖춰져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국가가 시도해 보지 않은, 또 불가능하다고 여긴 그 무엇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이들은 관제시스템 안에서 밤을 보낸다.

호찌민(베트남)=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