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혁 UNIST 교수팀, `빛으로 암 치료` 가능한 `이리듐 복합체` 개발

빛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이리듐 복합체가 개발됐다. 향후 빛을 이용한 다양한 질병 치료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리듐 복합체를 개발한 UNIST 연구팀(왼쪽부터 강주혜 연구원, 임미희 교수, 남정승 연구원, 권태혁 교수, 강명균 연구원, 이현우 교수)
이리듐 복합체를 개발한 UNIST 연구팀(왼쪽부터 강주혜 연구원, 임미희 교수, 남정승 연구원, 권태혁 교수, 강명균 연구원, 이현우 교수)

권태혁, 임미희, 이현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이하 권 교수팀)은 광감각제(Photo-sensitizer)와 빛으로 암 조직을 골라 파괴할 수 있는 신물질 `이리듐 복합체`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리듐 복합체는 붉은 빛에서 더 활성화돼 암세포를 잘 죽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교수팀은 이를 기반으로 빛에 반응하는 물질이 활성산소를 만들고, 암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 과정과 파장 색깔에 따른 치료 효과도 분석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광역동 치료에 적합한 분자 설계뿐만 아니라 세부 작용 원리, 실제 암세포에 적용한 실험 결과까지 담고 있어 학계 주목을 받고 있다.

광감각제는 외부에서 빛(에너지)을 받으면 들뜬 상태가 된다. 이 물질은 다시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려고 에너지를 밖으로 내보낸다. 이때 주변 산소가 에너지를 받아 활성산소로 변한다. 활성산소는 반응성이 좋아 암세포 등을 공격해 파괴할 수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한 치료를 광역동(PDT) 치료라 하는데, 지금까지 자세한 작용 기작은 밝혀지지 않았다.

권 교수팀은 산소를 활성산소로 잘 만드는 물질 `이리듐`을 기반으로 몇 가지 광감각제를 만들었다. 이를 실험해 파장이 짧은 파란색이나 녹색 빛보다 파장이 긴 빨간색 빛을 활용한 물질일수록 활성산소를 더 잘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권 교수는 “이리듐 복합체는 붉은 빛을 받을 때 활성산소를 더욱 활발하게 생성하고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몸 속 깊이 침투할 수 있는 적외선을 이용하면 암세포 제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빛에 반응하는 이리듐 복합체를 이용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원리.
빛에 반응하는 이리듐 복합체를 이용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원리.

권 교수팀은 이리듐 복합체와 빛을 이용한 암세포 사멸 작용 기작을 확인하기 위해 이리듐 복합체가 유도할 수 있는 두 가지 형태의 단백질 변형을 조사했다. 단백질 산화(Protein oxidation)와 광교차 결합(Photo-cross-linking)이다.

그 결과 이리듐 복합체와 빛으로 생성된 활성산소가 세포 내 단백질을 산화하거나 서로 다른 단백질을 뭉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암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만들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60초만 빛을 쪼여도 세포 내에서 단백질 사이에 교차결합이 이뤄지는 현상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화학회지(JACS) 9월호에 실렸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