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 ‘대결’에서 이주승이 맡은 최풍호는 철없는 취업준비생이다. 현피(‘현실’과 상대방을 죽인다는 ‘Play Kill’의 합성어로, 실제로 만나 게임처럼 맞짱을 뜬다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로 돈을 벌고, 필리핀에서 호떡 팔 생각이나 한다. 여자친구에게도 한심한 모습만 보여 결국 차인다. 하지만 나쁜 놈은 아니다. 소매치기가 나타나면 열정적으로 잡으러 가고, 정의로운 형을 존경하기도 한다.
“감독님이 내 의견을 영화에 많이 반영해 줬다.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내가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고 풍호 캐릭터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풍호가 호감 가는 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풍호는 찌질한 인물인데, 너무 비호감이기만 하면 그가 복수를 하든 말든 관객들은 집중이 안 되지 않는다. 그래서 풍호는 오지랖을 부리고, 상대방을 감싸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처음에 철없는 인물로만 설정된 최풍호는 어느 날, 형이 사고를 당하자 복수를 위해 나서면서 달라진다. 우연히 취권을 배운 그는 액션을 통해 점점 성장하는데, 영화 ‘대결’은 풍호가 취권을 배우는 모습을 위주로 극 전체를 끌고 나간다.
이주승은 다소 어려보이지만 날카로운 눈빛이 인상적인 배우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반항적인 10대나 20대 초반의 ‘미생’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그가 취업준비생을 연기하는 것은 이질감이 없지만, 그가 뛰어난 무술 실력자인 것은 쉽게 떠오르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10년 이상 태권도를 전문적으로 배운 무도인이라고 한다. 준비되어 있는 액션배우로서 그는 극중에서 다리찢기는 물론,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면서 액션 위주의 극을 제대로 이끈다.
“감독님이 나를 독립영화부터 눈여겨보셨는데, 내가 성룡을 닮아서 캐스팅하게 됐다고 한다.(웃음) 여기에 내가 태권도 4단인 것이 플러스 점수가 된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태권도를 시작했는데, 대회에 나가면 입상을 하니까 재능이 있나 싶어서 선수단 활동을 했고 군대에서 태권도 조교까지 했다. 그런데 싸우는 것도 싫고 맞는 것도 너무 아팠다.(웃음) 그래서 선수는 그만두고 취미로 하게 됐다. 어렸을 때 배운 것이 이번 영화를 할 때 다리 찢는 것이나 상대방이 안 다치게 끊어 차는 것 정도가 도움이 됐다. 액션신 준비는 4달 이상 액션 스쿨에 다니면서 했고, 스쿼트도 하루에 1천 개씩 했다.”
취권은 20년 전에 유행했던 무술이다. 극중 풍호 역시 처음엔 취권 책을 발견하고 휙 던져버릴 만큼 요즘 관객에게 흥미롭게 다가오는 소재는 아니다. 이주승에게 ‘대결’의 시나리오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그리고 관객에게 어떻게 취권 영화를 소개하고 싶을까.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나도 의아했다. 취권으로 복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와닿지 않았다. 웃기는데 중점을 둔 액션 코미디라고 생각했는데,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마음이 달라졌다. 취권만이 가질 수 있는 가벼움이 있는데, 그 안에 담긴 강함을 잘 보여준다면 좋은 영화가 될 것 같았다. 중국무술을 한국으로 가져와서 현대 액션과 무술의 대결이라는게 신선했다. 성룡의 영화도 같은 시대의 무술끼리 겨루는데, 우리는 취권과 현대 무술인 칼리ㆍ주짓수 등과의 대결이다. 취권이 신선하게 다가와야 영화가 재밌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주승의 대결 상대는 배우 오지호다. 실제 체격 차이도 크고, 극중 취업준비생 대 CEO로서 사회적 위치도 극과 극이기 때문에 둘의 승부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아이와 같은 풍호가 어른인 한재희를 한 방 먹임으로서 관객에게 통쾌함을 불러일으킨다.
“취업준비생이 대기업 CEO를 때려눕히는 것이 시원함을 줄 것 같았다. 만약 실제 오지호와 싸운다면? 기습하지 않는 한 이길 확률은 0%다.(웃음) 오지호 형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힘이 세다. 영화를 찍으면서는 내가 고무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근육질의 남자 오지호와 막상막하로 겨루기 위해서는 탄성 있는 루피(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캐릭터) 같은 인물이 됐다고 가정했다.”
캐릭터처럼 실제 이주승도 배우로서 새로운 길로 향하는 경계선상에 서 있는 배우다. 그동안 그는 영화 ‘소셜포비아’ ‘셔틀콕’ ‘누나’ ‘장례식의 멤버’ 등 많은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왔지만, 상업 영화의 주연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 배우 인생은 군대 가기 전과 후를 나눌 수 있다. 이번 작품으로 세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 느낌이다. 예전에 상업영화 오디션도 많이 보러 다녔는데 많이 떨어졌다. 붙었다가도 인지도 때문에 바뀌기도 했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억울한 일은 덜할 것 같다.”
“함께 연기했던 변요한ㆍ류준열 등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기쁘다. 잘 된 다음에 그들이 변했다면 당연히 안 좋게 보이겠지만 그들은 여전히 열심히 살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긴다. 어차피 잘 되는 사람은 나타날 텐데 그게 내가 좋아하는 형이고 같은 길을 걸었던 동료면 더 좋다.”
오는 하반기에 이주승은 KBS 드라마 스페셜 ‘동정 없는 세상’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혈기왕성한 10대들의 넘치는 호기심을 유쾌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성장 드라마로, 이주승은 19세에서 20세로 넘어가는 소년을 연기한다. 실제 28세의 그가 10대를 연기하는 기분은 어떨까.
“그동안 취업준비생이나 학생 역할을 많이 했는데, ‘준비생’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웃음) 성인이지만 성인 것 같지도 않고, 미성년자도 아닌 애매한 시점에 있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역할이 자주 들어오는 것 같다. 예전에는 계속 10대 역할을 하는 것이 아쉬울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동안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웃음) 노안이라면 윗세대와 경쟁을 해야 하는데, 윗세대는 아직 내가 살아보지도 않았지 않나. 그래도 나는 살아본 인생을 연기하니까 더 유리한 것 같다. 그런데 이제 고등학생은 까먹기 시작했다.(웃음)”
꾸준히 성장 중인 배우, 이주승이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은 어떤 방향일까. 그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될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어떤 한 가지로 낙인찍히는 것보다 ‘저 배우 참 좋다’라고 불릴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재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역할을 해보려고 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