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독일 올림푸스 외과사업 심장부를 가다

올해로 창립 97주년을 맞는 올림푸스가 신성장 동력으로 꼽는 외과사업 심장부를 공개했다.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유럽 내 연구개발(R&D), 생산 핵심 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OSTE 전경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OSTE 전경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OSTE(Olympus Surgical Technologies Europe)는 올림푸스 유럽 외과사업 법인이다. 내시경 등 내과사업과 공학기기, 카메라 등에 주력하다 외과사업을 위해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유럽 내 주요 장비 개발, 생산, 교육 등을 담당하며 `심장` 역할을 수행한다.

올림푸스 전체 매출 중 25% 이상이 유럽에서 발생한다. 미국(36%)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높다. 유럽 사업을 책임지는 OSTE에는 다양한 분야서 1000여명이 근무한다. 올림푸스 유럽 소속 인원 절반에 가깝다.

OSTE에서 주로 생산하는 장비는 의료용 내시경이다. 본관 1층에는 내시경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생산하는 `CNC 프로덕션` 생산라인이 있다. 500여종의 부품이 정밀 가공 작업을 거쳐 유럽 전역에 공급된다. 본관 뒤편 생산시설에서는 텔레스코프, 비디오 스코프 등 진단·수술용 내시경을 제조한다. 뇌, 코, 입 등 다양한 종류의 내시경이 연간 3만개 가까이 만들어진다. 특히 정밀 공학기술과 최신 영상기술이 결합된 비디오 스코프는 독일 폭스바겐 자동차보다 비싸다고 관계자가 귀띔했다.

100년을 바라보는 올림푸스 경쟁력은 정밀한 가공능력에 있다. 일본 특유 `장인정신`으로도 평가받는다. 세계 최고 제조 강국인 독일에서 장인정신은 배가된다. 내시경이 상당부분 기계로 만들어지지만, 조립 및 검수하는 과정은 아직도 사람이 직접 한다.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연간 생산량이 큰 폭으로 높아지지 않는 이유다. OSTE에서 조립, 검수를 담당하는 인력은 대부분 1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이다.

OSTE 관계자는 “단순 작업은 로봇이 하지만, 정교한 작업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한다”면서 “여기서 근무하는 전문 인력은 10년 이상 경력을 가졌으며 불량률도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본사 외과사업 강화 전략에 따라 OSTE도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마케팅 전략 수립에 집중한다. 전 세계 소화기 내시경 시장에서 올림푸스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반면 외과사업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미미하다. 신성장 동력 창출과 사업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외과사업은 절실하다.

올림푸스 3D복강경 이미지
올림푸스 3D복강경 이미지

올림푸스가 외과사업에서 기대를 거는 제품은 3D복강경과 수술실 통합시스템 `엔도알파`다. 3D복강경은 세계 최초로 전후좌우 움직이는 스코프로 사각지대 없이 원하는 부위를 3D 영상으로 확인한다. 소화기 내시경 분야 성공 사례를 외과에도 이식한다. 2015년부터 국내에도 도입돼 복강경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된다.

올림푸스 수술실 통합시스템 `엔도알파`
올림푸스 수술실 통합시스템 `엔도알파`

엔도알파는 외과 전 영역에 걸쳐 올림푸스 시장 지배력을 높일 기대주다. 이 솔루션은 수술용 조명, 침대, 치료장비, 촬영장비 등 수술실 모든 기기를 통합 패널 하나로 제어한다. 2D 복강경을 3D로 전환하거나 수술 상황에 맞는 조명 및 침대 위치를 버튼 하나로 바꾼다. 마취, 개복, 봉합 등 수술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환경 변화에 따라 20여 가지가 넘는 기능을 의료진이 일일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통합 제어화면에서 버튼만 누른다.

수술실 통합시스템 개념이 등장한 것은 10여 년이 넘었다. 하지만 그 당시는 다양한 수술 장비를 단일 펜던트(선반)에 모은 `물리적 통합` 개념에 불과했다. 올림푸스는 수술용 침대, 조명,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관련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제품 간 호환성을 이뤄가면서 시스템통합까지 이뤘다. 2011년부터 판매된 엔도알파는 현재 독일, 영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등 전 세계 1000여개 수술방에서 사용 중이다. 서로 다른 기기를 통합 제어한다는 개념에서 한 단계 나아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모든 장비까지 패키지로 공급할 계획도 세웠다. 궁극적으로 `올림푸스 수술방`을 구축하는 시장 지배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OSTE도 엔도알파 판매에 주력한다. 회사가 위치한 함부르크에서도 아가플레시온 디아코니 병원이 전체 수술실을 모두 엔도알파 기반 `올림푸스 수술방`으로 구축했다. OSTE 내 트레이닝 센터에는 엔도알파 데모룸을 구축해 직원 및 병원 관계자에게 꾸준한 교육 기회를 제공 중이다.

바크 엔데스 OSTE 수석 매니저가 엔도알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바크 엔데스 OSTE 수석 매니저가 엔도알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바크 엔데스 OSTE 수석 매니저는 “엔도알파는 수술 전 프리셋 기능으로 설정 값을 저장했다가 버튼 하나로 수술 준비를 마칠 수 있다”며 “꾸준한 업데이트로 언어 등 국가별 환경에 맞는 기능을 추가하고 병원 간 협업을 강화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함부르크(독일)=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