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가 폴더블 스마트폰 핵심 소재인 투명 폴리이미드(PI) 양산 경쟁에 뛰어들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이어 SKC도 가세하면서 폴더블 스마트폰 상용화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투명 PI는 스마트폰 커버 유리를 대체하는 유연 필름이다. 유리처럼 투명하지만 반복적으로 접었다 펴도 손상이 없다. 코오롱과 SKC는 기존 유색 PI 사업에서 협력했으나 투명 PI 사업에서는 경쟁 관계로 돌아섰다.
SKC는 투명 PI 핵심 물성 구현 기술을 확보하고 내년 양산체제를 구축한다고 21일 밝혔다. 표면 경도 2H, 옐로인덱스(YI) 2.5, 폴딩 횟수 20만회 이상 수준의 투명 PI 개발을 마쳤다. 곡률은 2.5~3R까지 구현할 계획이다. 접히는 부분의 반지름이 2.5~3㎜라는 뜻이다. 이는 삼성전자 등 완성품 제조사가 요구하는 성능과 유사한 수준이다.
투명 PI가 폴더블 기기에 채택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유리처럼 투명해야 한다. PI 특유의 노란색을 없애는 게 과제다. 옐로인덱스가 3 이하로 떨어지면 어느 정도 투명성이 확보된다.
표면 경도는 긁히지 않는 정도를 말한다. 1H 이상의 경도가 요구된다. 완전히 반으로 접히는 형태를 구현하려면 곡률 반경을 최소화해야 한다. SKC는 이들 성능 지표를 대부분 충족했다고 자평했다. 두루말이(롤) 형태로 된 시제품을 제작해 잠재 고객사와 검증 중이다. 곡률 반경은 2018년 1㎜까지 낮출 계획이다.
김철호 SKC 필름연구소장은 “독자적인 투명 PI 물성을 확보해 경도, 투명도, 폴딩 횟수 등을 고객사와 지속적으로 검증 중”이라면서 “올해에는 롤 형태 시제품을 만들었고 내년에는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고객 인증까지 마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SKC가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건 기존 유색 PI 생산설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설비에서 투명 PI를 생산할 수 있는 독자 조성을 확보했다. 이렇게 되면 추가 설비 투자가 필요 없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도 대폭 단축할 것으로 기대했다.
SKC는 투명 PI 양산 단계에서 새 설비를 투입하지 않고 SKC코오롱PI 설비를 활용할 계획이다. SKC코오롱PI는 SKC와 코오롱이 절반씩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다. 현재 유색 PI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설비 활용을 둘러싼 양사 간 합의가 막바지 단계에 있다.
김철호 소장은 “코오롱과는 투명 PI 양산 시 SKC코오롱PI 설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양사간 합의를 앞두고 있다”면서 “새 설비를 활용하는 것보다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시간도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과 SKC의 한판 승부도 관전 포인트다. 두 회사는 유색 PI 사업에서 파트너 관계였지만 투명 PI에서는 독자 노선을 걷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900억을 투자해 투명 PI 양산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SKC는 이와 별도로 독자 제품을 개발해 양산을 시도한다.
어느 회사가 먼저 양산 역량을 확보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디스플레이와 완제품 제조사의 상용화 의지도 중요하지만 먼저 양산체계를 구축하는 쪽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두 회사는 개화를 앞둔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을 두고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철호 소장은 “폴더블 디바이스 시장이 개화하면 삼성이든 LG든 특정 한 회사와만 협력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SKC와 코오롱이) 각자의 방식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