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경북 경주 지역 지진 발생 때마다 장애를 일으켜 도마에 올랐다. 재난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자 정부를 불신하는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갑작스러운 지진에 정보를 구하려던 시민들은 홈페이지 접속마저 안 되자 더욱 불안에 떨었다.
문제는 정부가 첫 지진 장애 후 처리 용량을 최대 80배까지 늘렸는데도 두 번째 지진이 발생하자 홈페이지가 또 먹통이 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사후약방문 조치도 제대로 된 처방이 아니었던 셈이다.
전자신문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원인을 취재한 결과 안전처 홈페이지가 너무 무겁게 설계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 기상청보다 첫 페이지 용량이 무려 80배나 무거웠다. 재난 정보가 아닌 부처 홍보 창구로 전락한 탓이다. 각종 홍보용 이미지와 동영상 콘텐츠 때문에 홈페이지 초기 접속 시간이 지연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서버 용량을 늘려도 동시접속자가 늘면 또다시 장애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지진 발생 때 겨우 5만명 남짓한 동시접속자가 몰렸으나 홈페이지가 다운된 사실만으로도 서버 확대가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온라인게임도 동시접속자 20만명까지 문제없이 가동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안전처의 홈페이지가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설계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빨리 정보를 얻어야 할 안전처의 홈페이지가 오히려 먹통이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믿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안전처와 행정자치부가 실제 원인 파악에 나섰다. 전문가 지적처럼 홈페이지 설계가 너무 복잡한 것은 아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홍보 이미지나 동영상을 이참에 말끔하게 정리하고 필요한 정보만 채우는 대수술에도 나서야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홈페이지 먹통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유능한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국민은 가뜩이나 지진 때문에 불안하다. 정부마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이젠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