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방사선 엑스포]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전력 사용한 국민 모두의 몫이자 책임

[원자력&방사선 엑스포]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전력 사용한 국민 모두의 몫이자 책임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각 원전의 임시 저장고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30%가량 남아 용량 포화가 임박했다. 원전별 저장용량 포화 예상 시점은 월성이 2019년으로 가장 빠르다. 한빛은 2024년, 고리는 2034년, 한울은 2037년, 신월성은 2038년이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숙제인 사용후핵연료 관리·처분 관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절차에 관한 법률`이 마지막 관문인 국회 처리만 남겨놓고 있다. 22일 열리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현황 및 정책 콘퍼런스`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앞서가고 있는 프랑스와 핀란드 관계자가 연사로 나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관리에 대한 모범 사례를 제시한다. 프랑스와 핀란드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현황과 시사점을 미리 엿본다.

프랑스 고준위방폐장은 국민과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든다. 제라르 오조니앙 프랑스 방폐물관리 전담기관 앙드라(ANDRA) 국제협력이사는 콘퍼런스에서 지난 1991년부터 시작한 프랑스의 사용후핵연료 처분·관리에 대해 발표한다. 오조니앙 이사가 강조하는 고준위방폐장 건설 성공 요인은 `차근차근 투명한 절차를 통해 국민과 지역 주민과 소통하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CIGEO(시제오) 프로젝트`로 불리는 고준위 방폐장 사업은 현재 정부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업은 2025년께 시작될 예정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은 세 곳이다. 라망쉬 처분 시설은 25년 정도 운영한 뒤 폐쇄 후 관리 중이며, 1992년부터는 로브처분장을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오조니앙 이사는 “프랑스 방폐장 사업에서는 부지 선정과 처분 방식 논의 단계에서부터 주민참여가 있었다”면서 “사업 추진 자체를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들어 간다는 관점으로 진행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방폐장 부지 선정은 꼭 자원하는 지역을 물색해서 진행할 것과 지역 주민과의 토론을 지속하며 소통하는 등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절차를 밟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는 점을 짚어 줄 계획이다.

오조니앙 이사는 “사용후핵연료 처분·관리는 원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는 국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만큼 모두가 관심과 책임을 갖고 참여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에서는 국민들이 함께 전기를 쓰기 때문에 국민들이 연대책임 의식을 갖고 있고, 해당 지역 주민들도 지역 개발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자발로 동의했기 때문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현황을 설명한다.

그는 “방폐물 관리 관련 기술 개발에도 매진해야 한다”며 프랑스의 다양한 원자력 연구기관과 네트워크를 형성한 앙드라의 사례도 설명한다. 여기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처분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관계 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언급할 계획이다.

오조니앙 이사는 이와 더불어 방폐장 건설과 함께 다수의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것이 사업 진행에 긍정 효과를 낸다는 것도 설명할 예정이다. 방폐장 부지로 선정된 지역은 생활이나 산업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수도와 전력, 의료와 교통시설 확대 등 개발 프로젝트를 병행한 것이 원활한 사업 진행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고준위방폐장 건설은 국가 원수에서부터 전 국민, 지역 주민들, 이해관계자들까지 모두 대화를 지속해 간극을 줄여 나가야만 성공리에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다.

누리아 마르코스 핀란드 S&R 박사는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폐물 영구처분장 부지를 확정하고 성공리에 건설하고 있는 현황에 대해 밝힌다.

마르코스 박사는 “원전 4기를 보유하고 있는 핀란드는 1983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을 준비해 왔다”며 핀란드는 20여 년 동안 위성사진, 지질 지구물리도, 기반암 조사 등의 평가를 통해 온칼로를 예비 후보지로 선정한 과정을 설명한다.

핀란드는 다시 10여 년 동안 야외정밀 지질조사, 수리지구화학탐사, 암석역학조사 등 타당성 평가를 수행한 뒤에 최종 후보지를 결정했다. 그 결과 2000년 남서부 해안도시 에우라요키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고, 2004년에 건설을 시작했다.

마스코스 박사에 따르면 온칼로 처분장에는 이르면 2022년부터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능폐기물이 영구 저장될 예정이다. 폐기물은 철과 구리로 만든 지름 1m, 길이 4.8m의 원통에 담겨 구멍에 매립된다. 연간 원통 50개를 처분한다는 계획으로, 사용후핵연료 9000톤을 처분한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는 “핀란드 정부는 30년이 넘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꾸준하게 추진했고, 전문가들은 기술상 안전을 보장했다”며 특히 에우라요키 원전 1호기가 가동을 시작한 1978년부터 지역주민 설명회를 해마다 개최하는 등 모든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르코스 박사는 “에우라요키시 주민들이 59% 찬성률로 이 시설을 유치했다”며 30년 동안의 준비와 정부·기관·국민 간 신뢰, 독보하는 처리 기술 마련까지 시너지를 내면서 성공리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