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구 성과물을 미국이 인정했다는 정도로 이번 수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도열 페타룩스 대표(서울시립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석좌교수)는 쑥스러운 듯 이처럼 겸손히 말했다. 안 대표는 이달 초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 `탁월한 동문상`을 받았다. 일리노이대는 안 대표의 반도체 양자우물레이저와 양자정보통신 분야에서 달성한 연구 성과를 인정했다.
일리노이대는 전기·컴퓨터공학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성과를 내놓은 동문에게 이 상을 주고 있다. 과거 수상자 중에는 2000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잭 킬비가 있다. 잭 킬비는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저항, 콘덴서, 코일 등을 하나로 합친 집적회로(IC)를 발명한 인물이다. 반도체 레이저를 발명한 닉 홀로냑 교수, 시게노리 마스시타 일본 도시바 컴퓨터 부문 대표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안 대표는 2005년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 2009년 미국물리학회(APS) 펠로우에 선정됐다. 1996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당시 과학기술부(현 미래창조과학부) 창의적연구진흥 사업을 통해 국내 양자정보통신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 그는 “양자정보통신 기술이 상용화될 때 한국이 낙오되지 않도록 이 분야 기반을 닦는다는 생각으로 연구에 매진했다”며 “실제 상용화까진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으나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구리-할로겐(CuHa) 발광다이오드(LED) 반도체 소자의 발광 구조를 밝혀낸 공로도 높게 평가됐다. 이 연구 결과물은 지난 2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CuHa는 값비싼 사파이어 대신 저렴한 실리콘 웨이퍼 위에서 성장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더 싸게 LED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LED는 사파이어 웨이퍼 위에 질화갈륨(GaN)을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글로벌 LED 업계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GaN을 실리콘 웨이퍼 위에 성장시키는 시도를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격자상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격자상수란 결정 속 원자 간 가로, 세로, 높이 간격을 의미한다. CuHa는 실리콘과 격자상수 차이가 크지 않다. 또한 빛을 내는 정도가 기존 GaN LED 대비 10배 밝다. 안 대표는 2008년 이 같은 사실을 처음 발견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현재 안 대표가 보유한 관련 원천 특허는 총 7건이다. 지난해 6월 CuHa LED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페타룩스를 설립했다.
안 대표는 “내년 초 시제품 공개를 목표로 개발 작업에 역량을 쏟고 있다”며 “좋은 결과, 성공적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CuHa LED 반도체 소자 상용화에 성공하면 LED 시장 판도는 크게 바뀔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