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미들급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2018년 이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하이엔드(고급형)와 로엔드(저가형) 2개 트림으로 나눠 개발키로 했지만 최근 미들급을 추가하기로 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핵심인 반도체·운용체계(OS)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 격전이 재현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6월 잠정 선택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사양은 최고급형, 미들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별도 개발하는 쪽으로 각각 방향을 잡았다. 주요 대상은 준대형·중형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될 예정이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시스템(AVN)에서 한 차원 진화된 형태다. 기본 AVN 기능은 물론 운전자가 자동차를 조작하는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게 된다. 커넥티드카로서의 기능도 담는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전략을 새롭게 짰다. 업계 예상을 뒤엎고 미국 엔비디아가 현대·기아차 차세대 AVN 플랫폼용 프로세서 공급사로 선정됐다.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은 △고급형 AVN △표준형 AVN △고급형 오디오 △표준형 오디오 △오디오 디스플레이 플랫폼 등으로 구분되지만 프로세서를 비롯한 핵심 기술은 크게 고급형과 표준형 이하 정도로 나뉘어 공급한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다시 미들급 개발에 나서면서 공급사 구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다시 한 번 불붙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판매량 세계 5위로, 글로벌 부품 기업에는 큰 고객사다. 올 상반기에 고급형 AVN 프로세서 공급사 선정을 앞두고 엔비디아, 퀄컴, 인텔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고급형 AVN 대상 차량은 제네시스를 비롯한 대형과 준대형·중형까지 포함할 예정이었지만 대형 차량 위주로 조정됐다. 미들급에는 퀄컴과 인텔은 물론 AVN 프로세서 공급사이던 NXP 등도 수주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OS도 QNX, 리눅스, 안드로이드 등으로 3각 체제가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대부분 안드로이드를 써 왔지만 제네시스 EQ900에 QNX를 채택했다. 로열티와 개발 상의 문제로 안드로이드 비중은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일정 비중은 유지하는 전략이다. 미들급은 새롭게 개발을 시작한 리눅스가 유력하다. 고급형은 QNX, 미들급은 리눅스, 로엔드는 안드로이드 등의 3각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앞으로 미래 자동차로의 발전에 운전자와 교감을 이루는 인터페이스를 담당하게 돼 매우 중요한 요소”라면서 “현대차도 플랫폼 규격 선정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