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 벤처투자하는데.." 신기사-창투사 `눈치싸움` 도마 위로

지난달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6년 벤처투자 컨벤션. 벤처캐피털,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투자상담을 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6년 벤처투자 컨벤션. 벤처캐피털,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투자상담을 하고 있다.

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이하 신기사) 간 고질적인 벤처투자 주도권 다툼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다같이 벤처투자를 하는데 한 쪽은 규제도 풀리고 환경도 나아지는 반면 다른 한 쪽은 정책금융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청과 금융위원회로 이원화된 벤처투자 영역도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신기사 전업사가 2014년 기준 18개사에서 현재 27개사를 넘기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설립요건 완화 및 증권사의 벤처투자업 겸업이 가능해지면서 신기사에 뛰어드는 회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신기사는 창투사 설립 요건인 50억원의 4배에 해당하는 200억원을 갖춰야 했다. 하지만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자본금이 절반인 100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여기에 지난달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이 중견기업 투자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는 개정안도 발의했다.

전반적으로 신기사 투자환경이 크게 개선됐지만,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아래 창투사에서는 각종 정부 규제로 한숨을 쉬고 있다. 신기사가 결성하는 신기술투자조합은 창투사 창업투자조합보다 결성기간이 짧고 투자대상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또 공모주 투자시 기관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벤처캐피털업계에서는 내년 일몰을 앞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특법`)에서 창업투자회사 투자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지난 3월 개초한 VC 실무 최고책임자 초청 간담회 모습.
한국거래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지난 3월 개초한 VC 실무 최고책임자 초청 간담회 모습.

반면 신기사 측에서는 진입장벽이 낮춰지고 규제가 완화됐다지만, 벤처투자금액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태펀드에 배제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전업 신기사만 30곳에 육박하고 겸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곳도 60여곳에 이르지만, 매년 모태펀드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는 곳은 미미하다.

신기사 측은 창업투자조합 GP로 참여할 수 있지만, 신청해도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금융위와 중기청 간 소관영역 경쟁으로 신청해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단 2개사가 신청해 1개사가 선정됐고, 매년 2~7개사가 신청해 이중 1~5개가 선정되고 있다.

중소기업청 측은 “일부러 배제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신기사 중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10개사 미만이고, 올해만 해도 6개사가 신청해 3개사가 GP로 선정됐으니 절반 정도 확률”이라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업계는 창투사와 신기사로 벤처투자가 이원화된 것이 문제라며, 이를 공론화해 효율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관리체계 효율적 통합은 물론이고, 우후죽순 늘어나는 벤처투자업의 확산이 아닌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신기사와 창투사가 금융위와 중기청 관리로 나눠져, 서로 알게모르게 눈치싸움, 힘겨루기를 하는 등 점점 경계가 허물어져가는데도 비효율적으로 운용되는 면이 있다”며 “어느 쪽이 낫다고 하기는 힘들고, 벤특법이 일몰을 앞둔 만큼 산업진작 차원에서도 이를 공론화시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