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기획┃공익 예능①] ‘이경규가 간다’부터 ‘이웃사이다’까지… 공익 예능 변천사

사진=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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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현재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정지 신호를 받았을 때 도로 정지선을 잘 지키고 있는 편이지만, 지난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정지선을 무시하거나 이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가진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경규가 간다’(이하 ‘이경규가 간다’) 방송 후 시민들의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이경규와 제작진은 그냥 지나칠 수 있음에도 정지선을 지키는 운전자들에게 양심냉장고를 선물했고, 이 양심냉장고는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어도 횡단보도 바로 앞에 차를 세웠던 운전자들의 인식을 크게 바꿔놓았다.

‘이경규가 간다’는 이후에도 여러 주제의 공익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대중의 준법정신을 투철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한국 공익 예능의 시초가 됐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이경규가 간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공익 예능을 선보였다.

사업 실패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상인들을 위한 ‘신동엽의 신장개업’, 환경이 좋지 않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이사 갈 형편이 되지 않는 소시민들의 집을 새 집으로 탈바꿈시켜주는 ‘러브하우스’ 등이 사랑을 받았고, 이후에도 ‘헌터스’, ‘에코하우스’, ‘단비’, ‘집드림’ 등이 전파를 탔다.

[ON+기획┃공익 예능①] ‘이경규가 간다’부터 ‘이웃사이다’까지… 공익 예능 변천사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공익 예능의 붐이 일자 MBC는 모든 코너가 공익 예능으로만 이뤄진 ‘느낌표’를 제작했다.

‘느낌표’에는 독서 문화를 권장하는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부터 청소년 문제를 파고든 ‘하자하자!’, 사라져 가는 야생 동물 보호를 위한 ‘이경규의 다큐멘터리 보고서’, 외국인 근로자 인권 개선에 힘쓴 ‘아시아 아시아’, 각막 이식 수술로 시각장애인들의 시력을 되찾아주는 ‘눈을 떠요’,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프로젝트 ‘위대한 유산 74434’ 등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또, 아침 일찍 버스 첫 차를 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21세기위원회- 첫 차를 타는 사람들’, 대국민 칭찬 릴레이 운동을 주도했던 ‘칭찬합시다’ 등 다채로운 공익 예능이 MBC에서 탄생한 바 있다.

MBC보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KBS에서도 공익 예능은 여럿 제작됐다. 심야에도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조명한 ‘야행성’, 군대 콘셉트로 꾸며져 멤버들이 대민 지원 및 봉사를 하는 ‘명 받았습니다’, 한 권의 책을 선정해 그 주제에 따른 토크를 나누는 ‘달빛프린스’, 이웃 간의 소통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웃사이다’ 등이 시청자를 찾았다.

이 밖에도 SBS ‘심장이 뛴다’, JTBC ‘천하장사’, MBC 에브리원 ‘정의본색’, tvN ‘수상한 동창회 투게더’, ‘리틀빅 히어로’ 등 여러 채널에서 웃음과 공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예능을 만들었다.

사진=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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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전체가 공익성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MBC ‘무한도전’ 및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 등도 간간히 공익을 추구한 특집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무한도전’에서는 ‘대체 에너지’, ‘나비효과’, ‘스피드’, ‘궁 밀리어네어’, ‘TV 특강’, ‘배달의 무도’, ‘도산 안창호’ 특집 등 단순한 웃음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익 예능을 방송했고, ‘1박2일’ 역시 최근 ‘하얼빈을 가다’ 특집을 선보이며 안중근 의사를 재조명했다.

그렇다면 공익 예능의 정의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사회에 도움이 되고, 유익한 메시지를 재미와 함께 전달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방송법 제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7항에 따르면 모든 방송은 사회교육기능을 신장하고, 유익한 생활정보를 확산ㆍ보급하며, 국민 문화생활의 질적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 아무리 웃음 전달이 주목적인 예능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공익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 내포됐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원래 모든 방송이 가장 첫 번째로 지향하는 목적은 공영성과 공익성”이라며 “방송도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공급해야 한다. 이는 드라마든 예능이든 모두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