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의료IT 발전 기회 살려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등 정보기술(IT)이라는 신기술 발전은 전통산업에 파고들어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 산업이 의료다.

[미래포럼]의료IT 발전 기회 살려야!

이런 변화를 촉발시킨 것은 국민에게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정밀의료 이니시어티브`로, 병원과 기존의 의료계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그 선봉에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과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벤처 기업이 있다.

이에 반해 국내 IT 기업들은 전통의 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떠오르는 헬스IT 분야에도 그다지 뜨겁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이유를 들어 보면 그렇지 않아도 좁은 대한민국 의료 정보 시장이 대형 병원마다 분절돼 있어 좋은 솔루션을 만들어도 여러 병원에 판매할 수 없고, 지나치게 까다로운 요구로 수익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개인 건강을 위한 신시장에서는 기존 시장의 규제와 이해가 충돌, 고소·고발까지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또 벤처 기업은 새로운 제품의 임상을 받기 위해 넘기 힘든 병원의 벽을 넘어야 하고,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마저도 제대로 아는 전문가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기업은 규제나 이해의 충돌이 적고, 시장이 커 보이는 제3국에서 기회를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도 만만치 않다. 미국도 중국도 우리가 상상할 만한 아이디어는 이미 실험하고 있다. 더군다나 문화와 언어가 같은 한 나라에서도 힘든 영업이 다른 나라에서 쉽겠는가.

그러나 의료 분야는 전망이 있고 투자해야 할 시장이다. 모든 시장이 그렇겠지만 의료 부문도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한다고 해서 쉽게 선택받는 시장이 아니다. 기존의 틀을 깨야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는 분야다.

중국이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존에 만들어진 보건의료 제도의 틀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의료가 잘 갖춰진 나라다. 그래서 깨야 할 것도 남보다 많다. 그런데 최근에 많이 회자되는 대학병원과 대기업, 전문 기업 3자가 전략 파트너 관계를 맺고 해외로 진출한 사례는 음미해 볼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의료에 경험이 있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의료진과 해외 시장 및 고객을 이해하고 있는 대기업, 시스템과 소프트웨어(SW)를 제대로 개발할 수 있는 전문 기업 간의 전략 동반자 관계는 사업 기회를 만들고 사업을 성공시키는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적어도 정부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

첫째는 다양한 의료서비스, 의료기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실험할 수 있도록 의료진과 전문 기업을 연결시켜 주는 `의료IT 산업화 지원 플랫폼` 사업이다. 새로운 형태의 의료 서비스나 의료기기를 기업이 개발할 수 있도록 우수한 병원들이 체제를 만들고 지원하는 형식이다. 이를테면 산업통상자원부의 `병원-기업 연계 플랫폼 사업`을 들 수 있다.

둘째는 잘 개발된 솔루션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의료진, 대기업, 전문 기업의 전략 제휴를 지원하는 `의료IT 해외 진출 지원 플랫폼` 사업이다. 요사이 많은 대형 병원이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세브란스병원만 하더라도 중국 칭다오세브란스 병원을 건설하고 의료 경험을 수출하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 경우 의료진은 의료 경험을 녹여 내고, 전문 기업은 현지 사정에 맞도록 기존의 SW를 업그레이드시키며, 대기업은 사업과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고, 정부는 이를 연계 사업으로 지원한다면 또 다른 좋은 성공 사례를 일궈 낼 수 있을 것이다.

의료 산업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중국이 자국 의료 문제를 해결할 동안까지만이다. 자국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 경험은 또다시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이 될 것이고, IT에서 이룬 성과를 일순간 극복했듯 의료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IT 산업화 지원 플랫폼` 사업이든 `의료IT 해외 진출 지원 플랫폼` 사업이든 정부 지원은 많을수록 좋다. 능력 있는 컨소시엄을 철저히 검증해서 많이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금의 한국 골프는 한 명의 박세리가 모두 이룩한 성과가 아니라 한 명의 박세리로부터 수십, 수백 명의 박세리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상은 연세대 의료원 교수 selee@yuhs.ac